더럽혀진 자연 나무는 괴롭다-식목일 전국의 오염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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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5일은 식목일.그러나 나무들은 우울한 마음으로「생일」을 맞고있다.날로 악화되는 주변여건 탓이다.
나무들은 우선 숨이 막혀 살수 없다고 호소한다.임업연구원 車淳馨실장(대기오염연구실)팀이 전국의 대기오염실태를 파악해 5일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황산가스()의 경우 남한지역의 14%가 이미 식물학적 대기오염기준치를 넘은 상태다 .
나무들은 아황산가스를 장기간 접하면 생육및 결실불량.조기낙엽등의 증세를 보이다 심하면 말라죽기도 한다.나무는 동물과 달리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 오염이 계속되면 꼼짝없이 피해를 본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공단이 몰려있는 울산의 경우 아황산가스의오염도가 기준치(10)의 두배를 넘는 21를 기록,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밖에 서울.동두천 16,전주 14,여천 12,평택.예산.의성 11등 전국 9개 지역이 기준치 를 웃도는 아황산가스로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중 古都 경주의 경우공단이나 인구밀집지역이 아닌데도 10의 오염치를 보여 유적지의조경식수 등이 정상적으로 성장할지 우려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조사기간(92년10월~93년 9월)중 전국의 아황산가스 평균농도는 8.8로 1년전의 8에 비해 10% 증가,대기오염이 전국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줬다.이번 조사는 남한의 전지역을65개로 구획해 이뤄졌다.
나무들은 또 사람 못지 않은「물파동」을 겪고 있다.나무들의 식수원격인 빗물의 산성도()가 해를 더할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이같은 빗물중 산성도 증가는 이번 조사결과 도시.공단.산악지역 할 것 없이 모두 공통된 현상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86년과 비교해 지난해 강우중 평균산성도는 4.
8에서 4.7로,공단지역인 울산은 5.0에서 4.7로,산악지역인 강원도 평창은 5.6에서 5.4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수목에 생리적 피해가 오는 산성도 4.5이하의 강우를 기록한 곳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하지만 울산.서울(4.7),여천(4.9)등 전국 8개지역은 모두 5.0이하로 기준치에 육박하는 추세를 보였다.전국평균은 5.5.
나무들은 대기.강우와 아울러 토양으로부터도 시달림을 받고 있다.이번 조사결과 토양의 산성화는 대기나 강우보다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를 보였다.특히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이번 측정에서 수목의 성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준 산성도(Т .0)에 근접하는 4.2를 보였다.이는 86년의 4.6에 비해 수배이상 산성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車실장은『나무가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인간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다』며『심어진 나무를 보호하는 것도 나무를 많이 심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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