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에 혼쭐 난 한국노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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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실사단이 31일 오전 한국노총을 찾아 한국 노사 관계에 대해 송곳 질문을 퍼부었다. S&P가 노동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가와 다카히라 단장은 "한국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면담 결과가 등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무디스가 한국노총을 찾은 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S&P의 이번 방문 역시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앞선 조사라는 관측도 나온다.

S&P의 관심은 역시 한국의 불안한 노사 관계와 과격한 노동운동에 있었다.

오가와는 "한국의 노사 관계가 상당히 불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하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정부 주도적 노사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이용득 위원장이 답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노사 간 대화가 제대로 안 되는 배경이 뭔가"라고 되받았다.

이어지는 실사단의 질문은 작정한 듯 민감한 현안에 집중됐다. 실사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사업장 문제가 아닌 사안을 가지고 정치파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정치파업으로 인한 (손해)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이 결국 국가 전체의 손해와 신용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가와는 "한국에선 파업이 너무 잦고 길다는 얘기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위원장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노조가 물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조합원이 노조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하지만 파업을 벌이는 사업장은 얼마 안 된다"며 "악성 사업장의 분규를 한국 전체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것인 양 확대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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