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joins.com] 114 장난 전화 '장난이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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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20일 새벽, 114 안내전화를 서비스하고 있는 한국인포서비스 서울본부(서울 신설동). 사무실의 적막을 깨는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나라당 경선 누가 이겼어? 여긴 그런 거 가르쳐 주는 곳 아니야? 이 X야. 왜 안 가르쳐 줘!”

황당한 질문과 욕설. 아무런 이유도 없다. 이것이 국민의 비서 114의 현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장난전화에 욕설은 다반사고 ‘죽이겠다’는 협박이나 언어적 성희롱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114 서울본부에서 11년간 근무한 상담원 전정임씨는 “사기를 당했다며 사기꾼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개인정보라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하자 밤길을 조심하라고 협박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인사말을 가지고 트집 잡는 경우도 많다. 상담원 전순영씨는 “지금 114의 인사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인데 집요하게 정말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추궁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14는 최근 밤 시간대에는 인사말 멘트를 ‘안녕하십니까’로 바꿨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서슴없이 장난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언어폭력은 이미 선을 넘고 있다.

법무법인 한림의 오훈 변호사는 “아직까지 그런 판결은 없었지만 114에 장난전화를 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죽이겠다’ ‘밤길을 조심해라’ 등의 심각한 언어폭력을 행사한 경우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한 상담원에게 지속적으로 협박이나 변태적인 언어폭력을 한다면 협박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14 서울본부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0만 건 정도의 상담 전화를 받는데 이 중 500여 건이 장난전화고 큰 이슈가 있을 때는 횟수가 늘어나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장난전화 자제를 당부했다. 

조인스닷컴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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