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기사에 민감했던 변 실장의 '이상한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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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는 신정아씨 학력 위조 사건에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변 실장은 매일 청와대로 출근하면서도 취재진과의 접촉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그는 신정아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장윤(전 동국대 이사) 스님을 만나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며 신씨를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 지 1주일이 지나도록 그의 휴대전화는 꺼진 상태다. 경기도 과천 문원동의 자택은 물론 그의 현 거주지로 알려진 청와대 부근의 A레지던스호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변 실장은 지난해 정책실장으로 옮긴 이후 출퇴근 편의를 위해 A호텔에서 장기 투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 관계자는 "예전에는 호텔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신정아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를 잘 아는 공무원들은 변 실장이 이번 의혹에 몸을 숨기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는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비판 기사가 나오면 '법적 대응'을 내세우며 즉각 반박하곤 했다. 지난해 방만한 재정지출 규모를 지적하는 신문기사에 대해 "악의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과잉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가끔 "황우석 사건의 책임은 서울대에 있다" 같은 돌출발언으로 업무와 별 관련이 없는 사안에까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행적을 감안하면 최근 변 실장의 침묵은 의외라는 것이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비판 기사에는 즉각 반격할 만큼 자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성격인데 왜 장막 뒤에 숨어 있는지 이상하다"며 "본인에게 한정된 일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도 "변 실장은 과장 시절에 예산편성을 놓고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게 항의 전화를 걸 만큼 강단이 있었다"며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변 실장 측근 인사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변 실장은 원칙주의자"라며 "언론에 개별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봐야 의혹만 부풀려지므로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변 실장은 지금까지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의 입을 통해 해명한 것이 전부다.

천 대변인은 "(변 실장이) 미술에 관심이 많아 전시회 등에서 신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변 실장이)어떠한 연락이나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변 실장은 굳이 두 번씩이나 장윤 스님을 만나 신씨 문제를 설득했고, 회동 사실이 불거지자 왜 계속 장막 뒤에 숨는지 의문이다. 변 실장은 사건의 깃털이고 몸통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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