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파이더맨 볼 날 머지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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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스파이더맨을 현실에서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이탈리아 토리노 폴리테크니크 대학 니콜라 푸뇨(35) 박사가 스파이더맨의 옷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을 찾아 과학전문지인 '물리학 저널' 최근호에 발표했다.

BBC방송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푸뇨 박사의 연구는 자연적 형태의 접착력에 대한 기존 연구의 맥락을 잇는 것이다.

그동안 물리학자들은 거미나 기어 다니는 벌레들이 어떻게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을 수 있으며, 이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2002년 미국의 한 과학자는 중성원자 간의 약한 인력이 기어 다니는 벌레들이 보여 주는 놀라운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이는 화학과 물리학에서 말하는 '반데르발스의 힘'으로, 거미의 발에 있는 작은 털들이 물체 표면의 분자에 붙어 그런 상태를 유지하게 해 준다.

푸뇨 박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인간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접착력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인간이 벽이나 천장에 계속 붙어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쉽게 다시 떨어질 수 있게 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였다.

그는 논문에서 탄소 나노 테크놀로지를 활용, 나노 분자 크기의 극히 미세한 찍찍이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리 가능한 접착력은 반데르발스의 힘과 모세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푸뇨 박사는 "이 이론은 우주 탐험 및 국방 분야에서부터 초고층 빌딩의 유리창 청소를 위한 장갑과 신발을 디자인하는 데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파이더맨의 옷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많은 역학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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