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아파트' 못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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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재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는 한결같이 성냥갑 같은 모습이다. 같은 단지 안에 있는 아파트의 디자인은 '붕어빵'처럼 똑같다. 이렇다 보니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단조롭고 삭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 서울시에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할 때는 이런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서울시는 29일 이런 내용의 '디자인이 살아 있는 공동주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서울시 건축 심의를 받게 돼 있는 신규 대형 공동주택(높이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은 내년 3월부터 이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건축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 보통 1000가구 이상 또는 건물이 10개 동 이상 들어서는 단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아파트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다만 건물 외형이 변하지 않는 아파트 리모델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앞으로 자치구가 심의하는 소형 건물에도 이런 디자인 기준을 적용해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시는 장기적으로는 건설교통부에 건의해 법을 개정, 우수 디자인을 도입하면 용적률과 높이에서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해야=대형 공동주택 단지에서 전체 건물 중 최소 30%는 디자인을 차별화해야 한다. 예컨대 10개 동이 있으면 이 중 7개 동의 디자인은 같더라도, 나머지 3개 동의 디자인은 달라야 한다.

같은 단지에서도 가구 수의 10% 이상은 높이를 다르게 지어야 한다. 고층. 중층. 저층이 다양하게 섞이게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해야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이 생긴다. 또 아파트 벽면 면적의 30%는 발코니가 아닌 상태로 남겨 놓아야 한다. 똑같은 발코니로 뒤덮여 있는 건물 입면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또 하천변의 아파트는 병풍 같은 판상형이 아닌 탑상형으로만 지을 수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파트 때문에 외부 조망이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주로 탑상형으로 짓는 주상복합건물도 기존의 디자인에서 차별화해야 건축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 신규 주상복합들이 기존 주상복합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지어져 이미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이를 다양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주상복합건물의 표면이 곡선처럼 휘어 있거나, 지붕이 경사를 이루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유도할 방침이다.

◆분양가 인상 가능성도=서울시 김효수 주택국장은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건축주의 사업성 논리에만 맡겼던 공동주택 건설에 서울시가 나서 디자인 설계를 유도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축주 및 건설 회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새 가이드라인대로 건물을 지으면 설계비와 공사비가 오르고 공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주택 수요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분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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