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신·구 주류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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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당직자 인선 문제를 놓고 29일 내부 갈등이 다시 도졌다. "박근혜 후보 측은 반성부터 하라"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점령군' 논란에 이어 이번엔 당직자 일괄 사퇴론이 '이명박 한나라당'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갈등은 이 후보 핵심 측근 그룹과 강재섭 대표 사이에 감지되고 있다. 강 대표로부터 과거에 임명 받은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하느냐, 아니면 9월 말 선대위 출범 때까지 남아 있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전날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와 강 대표의 논의 결과 (9월 말로 예정된)선대위 구성 때까지 추가 당직 인선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발표했다. 쉽게 정리되는 듯했던 논란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불붙었다.

경선 때 이 후보 편에 섰던 정형근 최고위원과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이 나서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박 본부장은 "선대위나 선대위 출범을 준비할 대선기획단엔 당직자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된다"며 "당직자들이 먼저 일괄 사퇴한 뒤 이 후보가 필요한 사람을 유임시키고, 아닌 사람은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박 본부장은 전했다.

두 사람의 주장은 이 후보 측 핵심 그룹의 기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후보가 선출됐으면 기존의 당직자들은 빨리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는 분위기다. 그래서 두 사람이 총대를 메고 강 대표에 대한 캠프 내부의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 대표는 당직자 일괄 사퇴론에 부정적이다.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은 "당직자들만 덜컥 사퇴해 버리면 당이 공백상태가 된다. 지금 바꾸고 한 달 뒤 선대위 출범 때 다시 바꾸면 혼선만 가중된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이른 시일 내에 당을 장악하려는 이 후보 주변의 신(新)주류와 강 대표로 대표되는 구(舊)주류 간의 충돌"이란 얘기도 나온다. 키를 쥔 이 후보의 속마음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나 대변인은 "이 후보의 생각은 강 대표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에선 "화합을 앞세워야 하는 이 후보로선 표현을 못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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