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요구사항 바뀐 점 눈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AP.AFP.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은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19명의 석방에 합의했다는 청와대의 공식 발표를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외신은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네 번째 대면협상에서 연내 한국군 철수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기독교 선교활동 중단 등을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탈레반 협상대표의 말을 인용해 "양측의 협상이 성공적이었으며 곧 한국인 인질 전원을 석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수감자 석방을 협상 조건으로 고수하던 탈레반이 요구 사항을 수정한 것에 주목했다.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석방협상 타결을 전하며 한국 정부의 성실한 태도가 탈레반과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NYT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맞교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한국 정부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며 "이 때문에 당초 요구와 다른 조건으로 인질 석방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탈레반 측 협상 대표인 카리 바시르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를 설득하기 어려웠다는 걸 이해한다"며 "이 때문에 수감자 석방 조건을 철회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아프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탈레반이 인식하고 수감자 맞교환 없이 인질 석방에 합의했다"고 했다.

한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더 이상의 인명 피해 없이 인질사건이 마무리 돼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최대 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NYT도 인질을 무사히 석방시켜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질 사건은 큰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