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조율」에 나서려나…/취임 석달맞은 정 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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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경제 틀은 계속 유지/박 경제수석과 이례적 회동 기대치 높여
21일로 출범 석달째를 맞은 정재석 경제팀에 모종의 새로운 「기대치」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
정 부총리는 석달 전 취임 일성에 함량과 소신을 듬뿍 실어 「새바람」에 대한 기대치부터 한껏 높여 놓고 조타를 시작했었다.
기대치를 높였던 만큼 그간 물가·조직개편·인사 등에 따른 안팎의 「실망치」도 자초해서 키운 면이 많았는데,초기에는 능동적으로 기대를 불러모았지만 최근엔 다분히 피동적인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기대의 근거는 두가지다. 정 부총리와 박재윤 경제수석이 처음으로 「만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하나요,이제 거시 변수들의 운용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둘이다.
요컨대 경제팀의 팀웍과 직결되는 「만남」과 경제운영 전반과 관련된 정책 「조율」,이 두가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 부총리·박 수석은 일요일인 지난 13일 저녁 정 부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둘이 식사를 하며 마주 앉았다.
그간 정 부총리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 조차 거의 한번도 박 수석과의 대면이나 논의를 갖지 않은 것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인 저녁 자리였다.
여기에다 다음날인 14일엔 박 수석은 서울대에서 신경제를 강의하며 분기별로 경제운영 전반을 점검해 거시 변수간의 조화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정 부총리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앞으로 거시경제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대번에 석달만의 「만남」고 「조율」의 기대치로 화학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인데,일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정책기조의 전환 가능성」 또는 「정책방향의 확정·추진」으로까지 성급한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치들은 다들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정 부총리·박 수석은 이제 겨우 한번 정도 만났을 뿐이지 더도 덜도 아닌 사이다.
또 박 수석의 「신경제강의」는 말 그대로 정책조율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지 정책기조의 재점검이나 수정가능성이라는 과장법이 박 수석의 「신경제소신」에 끼어들 여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취임초 각 국별 업무보고를 생략했다가 지난주부터서야 경제기획국을 시작으로 업무파악에 나선 정 부총리도,경제전반을 챙기는 「원론 제1장」을 이제부터 펼쳐들겠다는 뜻일 뿐 취임 초와 같이 상한가의 기대치가 걸릴 파격의 강조법을 구사한 것은 아니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치란 잘만 쓰면 약이요,잘못 쓰면 독이다.
잘못 받아들여진 「물가 기대치」로 벌써 한바탕 곤욕을 치른 현 경제팀에 대해 다시 형성되고 있는 「경제운영 기대치」도 잘못 다루었다가는 또 다시 낭패를 불러오기 쉽다.
기대치가 높으면 불안도 커지게 마련이며,더구나 거시변수 운영에 대한 기대치가 지금처럼 실제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형성된다면 별로 득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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