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왜 계속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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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 넘는 실업률 불안가중/정부서도 묘안 못찾아 고심
프랑스의 학생과 노조원 등 30여만명이 지난 주말에 이어 17일에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정부의 직업적응계약법(CIP) 시행에 반대하며 격렬한 대규모 시위를 벌임으로써 프랑스의 심각한 실업문제가 사회불안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프랑스 젊은이들의 실업문제와 이에 따른 사회적 불만으로 요약할 수 있다. 3백30만명의 실업자(실업률 11.3%)중 4분의 1이 26세이하의 젊은이들로 네명중 한명꼴로 고등학교·대학을 마쳐도 일자리가 없는 상태다.
4년 사이에 젊은층의 실업자수는 5배나 증가했고 지난 한햇동안 일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이 80만명에 이를 지경으로 이들의 불만이 한계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젊은이들의 실업위기를 치유하기 위해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가 지난해말 도입한 CIP는 새로 채용되는 18∼26세사이의 젊은이들에게 기업이 직업훈련을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월 5천6백프랑(한화 약 78만원)으로 규정된 최저임금의 80%를 주도록 했다. 발라뒤르 총리는 이 법을 통해 75만명에 이르고 있는 젊은층의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복안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 법이 비록 1년이란 한시적 법규로 제정됐지만 결과적으로 70년이후 23년동안 이어져온 최저임금제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나아가 저임금을 합법화하는 악법으로 간주,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자들은 졸업장이 평가절하되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돼 있어 노골적으로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학벌을 중시해온 프랑스에서 신분상승의 보증서로 통해오던 대학졸업장을 믿고 어렵게 고등교육을 시켜온 자식들이 최저임금도 못받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불만이다.
정부입장에 동조해온 기업들마저 정부가 은행의 이자율 인하를 유도하고 기업이 부담하는 직원들의 사회복지비를 정부예산에서 충당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 발라뒤르 총리는 사면초가의 난관에 처해 있다.
프랑스 우파정부가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다가온 지방선거는 물론 내년 대통령선거까지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파리=고대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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