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공정성 교사에 달렸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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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문고 비리는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학교교육 전반에 걸친 불신과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의혹과 불신이 상문고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학교에 파급되면서 내신조작=학교교육·교사불신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내신성적을 대입에 반영키로 한 것은 80년 7·30개혁때부터였다. 당시 고액과외가 열풍을 잠재우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데 도입취지가 있었다. 학교교육의 공정한 결과를 대학입시에 반영하면 학교안의 교육이 중심을 잡는다는 취지였고,그 결과는 지금껏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결국 내신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된다면 이는 곧 내신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지난 14년간 그나마 유지돼온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기본틀이 무너지는 참담한 결과가 된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가 벌이는 내신조작 특별감사는 보다 신중하고 자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리와 의혹이 있었다면 교육부나 교육청이 평소에 지속적으로 감사를 했어야 하는데도 지금껏 손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일제조사니,특별감사니 벌이고 있으니 교사에 대한 불신을 교육부가 선도하고 있는 꼴이다. 이러니 학부형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평소 교육부는 내신자료를 적정기간동안 보관하고 공정성을 기하라는 내신관리지침을 내려보내고 있다. 단지 내려보낼 뿐이고 학교 또한 자료보관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교육청이 정기적 표본감사를 하고 있지만 지난번 상문고 감사에서처럼 내신조작 사례를 적발하고서도 경고만으로 끝내는 형식적 감사를 했다. 내신의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갖추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형식이었고,의례적이었다. 교육당국의 관리 불철저가 상문고 비리를 조작한 측면이 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가 먼저 할 일은 내신자료의 보관기간을 3년 이상 전산화하는 방식을 의무화하고,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표본조사에 의해 철저하게 추진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사의 고유업무이며 권한이다. 이 고유권한에 대한 불신은 곧 학교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이 된다. 이 불신을 해소하고 학교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권위와 교사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내신의 공정성은 교사의 공정성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실추된 권위와 의혹·불신에 대해 보다 떳떳할 수 있는 자체 정화작업을 벌어야 할 것이다. 돈봉투·찬조금·과외교사 등 교사 자신을 품위와 권위를 훼손하는 일제의 비리로부터 벗어나려는 개혁운동이 있어야 한다. 건전하고 온당한 새 교육바람이 교육내부에서 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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