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허위 학력'도 … 취업위해 대졸 → 고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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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5년 2월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29)씨. 일자리를 얻으려고 2년간 기업체 수십 곳에 지원서를 냈지만 취업을 하지 못했다.

할인점, 건설공사 현장의 임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김씨는 올 초 현대자동차 고졸 생산직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대학 졸업자라는 사실이 들통나 두 달 만에 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심각한 취업난에 어쩔 수 없이 학력을 낮춰 지원한 것이지 회사를 속이려 한 것은 아니다.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7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따르면 5월 생산직군 입사자 700여 명 가운데 다섯 명이 김씨처럼 학력 고의 누락자로 밝혀져 합격 취소를 당했다. '학력 고의 누락'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취업을 위해 고졸로 허위 입사 서류를 꾸며 생산직에 응시한 경우로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의 위장 취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김씨 등 다섯 명은 3월 제출한 입사 지원서에 최종 학력을 고졸로 기재한 뒤 서류전형, 필기 및 면접 등을 거쳐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수습사원 근무 중 회사 측의 서류 점검과 확인 절차 과정에서 대졸 학력 누락 사실이 드러나자 회사 측은 입사 취소 처분을 내렸다.

현대차의 생산직군 채용 공고에는 '응시 자격을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 및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자'라고 명시돼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 관계자는 "대졸자가 채용 공고에 명백히 나와 있는 고졸 응시 자격을 어기고 지원한 것은 명백한 허위 학력에 해당되며, 회사의 취업규칙에도 '학력 은폐 등 허위 기재 사항이 발견되면 채용 발령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이들의 입사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급여가 높고 신분이 보장되는 등 근무환경이 좋다고 소문난 자동차.중공업 등 대기업 고졸 생산직 채용시험에는 대졸자들이 응시했다가 학력 고의 누락 사실이 드러나 합격이 취소되는 해프닝이 종종 생긴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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