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마케팅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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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의도에 있다 보니 모든 화제가 정치 중심이지만 한 걸음만 밖으로 나가면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전혀 딴판이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최고위원 연석회의. 이명박 후보가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의 시각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역시 국민의 관심은 민생경제"라며 "경제를 어떻게 다시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 같은 날 이 후보의 캠프가 있던 여의도 용산빌딩 10층. 3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하루 종일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8.19 경선의 선거인단이었던 대의원.당원 11만5000여 명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후보나 당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고 물었다. 답변도 자세히 적었다. 이 후보 캠프에서 인터넷본부장을 한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지한 분이건 아니건 전화 인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후보를 위해 뛰어줄 중요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이 후보는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우선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그렇다. '마케팅 리더십'이란 표현이 나온다. 대의원.당원에게 감사 전화하는 '콜센터 정치'는 일종의 '입소문 마케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한나라당 이미지가 '보수.꼴통'일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바꿔야 한다. 기업이미지(CI)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라"고 지시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기존 노선을 수정할 때 외부 컨설팅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는 기업가 스타일"이라며 "유권자를 소비자로 보는 게 상대적으로 몸에 더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여론의 반응을 정치적 결정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처남 김재정씨의 검찰 고소 취소 결정, 5월에 있었던 경선 룰 양보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후보는 당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 측 인사는 "이틀에 한 번꼴로 다양한 이슈를 조사한다"고 전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은 "이 후보가 딛고 일어선 바탕은 국민 여론"이라며 "(이 후보와 같은)소비자 중시 마케팅 마인드가 정치 공간에도 적용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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