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도요타 협력사가 프로 골퍼라면 한국차 협력업체는 핸디15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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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도요타 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은 삼성전자나 포스코, 현대중공업 같은 국내 간판 대기업들이 이미 답습한 도요타의 핵심 노하우다. 이 TPS를 18년 동안 국내 기업에 전수해 준 사람이 있다. 도요타 협력업체인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데쓰오(星野鐵夫·71·사진) 회장이다.

 24일 서울 셰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7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 콘퍼런스’ 참석 차 방한한 호시노 회장을 만났다.

 한국과 일본 자동차 기업의 차이점을 묻자 골프 이야기로 에둘러 답했다. “골프로 따지면 도요타는 타이거 우즈, 협력업체는 프로 또는 적어도 싱글 골퍼쯤 됩니다.” 재고와 중간 검사를 최소화하는 도요타의 생산방식은 이렇게 든든한 협력사가 떠받쳐 주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협력업체를 프로급 골퍼로 만든 건 도요타의 현장교육 덕분”이라고 했다. 모든 사원이 7~8년간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도요타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수준을 한 계단 높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현대자동차나 GM대우 스스로는 프로나 싱글인지 모르겠지만 그 협력회사는 핸디캡 15~20쯤 될 것”이라고 박한 점수를 줬다. 불량품이 생기고 검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호시노 회장은 “스포츠나 일이나 모두 팀워크가 중요하다. 멤버들이 모두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일본 니가타현 지진으로 협력업체 한 곳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자 도요타 공장이 사흘간 멈췄다. 당시 언론은 도요타의 ‘적기 생산방식(JIT:just in time)’에 구멍이 뚫렸다는 식으로 취약점을 꼬집는 전문가 분석을 실었다. 하지만 호시노 회장은 “적은 재고가 빠른 공장 복구를 가능케 한 것 아니냐”는 반대되는 분석을 내놨다. “보통 옷 한 벌 제작하는 데 두세 달 걸리지만 우리는 JIT 방식을 적용해 불과 1.5일 만에 만들 수 있어요. JIT는 인건비가 비싼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묘책입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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