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퍼터 그립 최경주 퍼팅 쏙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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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주가 3라운드 15번 홀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2005년 최경주(나이키골프)는 퍼팅 난조로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대회 때마다 퍼터를 바꿔 들고 나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퍼팅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 있던 최경주는 TV를 시청하다 무릎을 탁 쳤다. 마치 두꺼운 고무 호스를 연상시키는 '퍼팅 그립' 광고를 보고 당장 주문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이 퍼팅 그립을 퍼터에 끼우고 연습를 시작했다. 퍼팅 때 손목이 꺾이던 나쁜 버릇이 줄어들었다. 2년 동안은 집안에서만 사용했다. 그러다 정규 대회에서 사용해도 괜찮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지난달 PGA투어 정규 대회인 AT&T내셔널 대회에 처음으로 이 퍼팅 그립을 끼우고 출전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경주가 밝힌 일화다.

최경주는 이번 주에도 이 퍼팅 그립을 들고 나왔다.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골프장(파71.6839야드)에서 열린 더 바클레이스 3라운드에서 합계 13언더파로 단독 2위를 달렸다. 더 바클레이스는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약 95억원)가 걸린 플레이오프 첫 대회다. 2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나섰던 최경주는 이날 버디 3,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선두 스티브 스트리커(미국.합계 14언더파)와는 1타차. 스트리커는 AT&T대회 당시 최경주와 우승을 다투다 스스로 무너져 2위에 머물렀던 선수다. 최경주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최경주가 우승하면 우승상금 140만 달러를 챙기는 동시에 4개 대회 시리즈로 열리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랭킹에서 우즈를 제치고 1위에 나서게 된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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