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前레슬러 김일의 어떤 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12일 오후6시 서울 을지병원 553호실.
前 프로레슬링선수 金一씨(65)의 병실은 심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병실답지 않게 가벼운 감동의 물결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金씨의 레슬링 스승이었던 故 力道山씨의 장남 李義浩씨(48.日本 松竹관광상무)가 金씨의 문병차 현해탄을 건너 날아왔기때문. 『건강이 걱정돼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몸은 어떠신지요.』 『고국에 와보니 각계에서 도와줘 마음 편하게있네.봄이 오면 더욱 좋아지겠지.』 최근 건강이 다소 악화됐다는 왕년의 스타 金씨는 멀리서 찾아온 스승의 아들 손을 꼭잡고그의 방문만으로도 병색이 한결 덜어진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두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57년 金씨가 레슬링을 하겠다는일념으로 日本행 밀항선을 타고가 力道山의 문하생이 되고서부터.
당시 11세짜리 코흘리개 소년이었던 李씨는 金씨를『아저씨』라고부르며 유달리 따랐고 金씨 또한 럭비등을 가르 쳐주며 친아들처럼 귀여워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80년초 金씨가 은퇴후 사업실패로 日本으로건너갔을때 잠시 재개됐으나 10여년간 다시 끊긴뒤 이날 三中스님의 주선으로 다시 이어졌다.
『스승님은 내가 세계프로레슬링 정상에 오르기를 그렇게 바라셨는데 막상 그 기쁨을 제대로 맛보시지도 못하고 가셨지….』 金씨는 자신이 64년 미국LA에서 열린 세계프로레슬링대회에서 헤비급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 모습도 보지 못한채 괴한의 칼에 맞아 쓰러진 스승이 생각나는 듯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스승의 아들은 왕년의 스타의 불운한 노년이 안타까운듯 한동안이나 병실을 떠나지 못하다 1시간여만에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崔廷華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