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관리 잘하자/무분별한 개방은 위험/최순학(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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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번 오염되면 복구에 수백년/나라마다 「맑은 물」 전쟁 가속화
흔히 「물」하면 빗물이 땅 위를 흘러 하천 또는 강을 형성하거나 댐의 저수지에 고여있는 물만을 연상하게 되나 사실상 매질을 통해 밑에 부존돼 있는 지하수에 대하여는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근래 온통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낙동강 페놀사건이나 주요 하천들의 오염논쟁으로 인해 정부 정책입안자들이나 우리 국민들은 비로소 땅 밑에 부존되어 있는 지하수 자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사실 선진 여러나라에서는 1백여년전부터 일찍이 지하수에 대한 조사와 합리적인 보존관리를 실시해 그 이용률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하수 이용량은 연간 총 수자원 이용량의 6.5%인 17억t에 불과,선진국의 22%에 비하면 훨씬 낮은 편이다.
지하수는 합리적인 보존관리만 잘하면 재생이 가능한 무한의 지하자원으로서 구리·쇠·석탄·석유 등과 같이 재생이 불가능한 유한의 자원과는 그 개념이 아주 다른 것이다. 그러나 한번 오염이 되면 이를 회복하는데 수십년에서 수백년이 걸린다. 경우에 따라선 영구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 지하수자원의 보존관리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다.
수십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들은 주변을 흐르고 있는 강이나 하천·산간 계곡에서 마음놓고 수영을 즐기고,음용수로의 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달된 산업구조의 확장 또는 인구증가 등으로 인한 지표수의 오염은 오늘날 5대 하천인 낙동강·금강 등 생명의 젖줄을 죽음의 강으로 변화시키고 말았다.
우리나라 지표수는 현재 그 오염의 심각성으로 인해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 지표수는 강수량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뿐 아니라 정화시설비나 댐 개발 및 관리비 등 용수단가가 지하수보다 훨씬 높아 앞으로 부족한 용수는 지하수를 대체용수로 개발함이 타당할 것이다.
지하수 자원은 아무곳에나 부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종래에는 한해 대책의 일환으로 농촌에서 소규모의 생활용수를 해결하기 위해 땅밑 10m 내외의 천층 지하수를 개발,이용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천층 지하수는 오염정도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상태이므로 이제는 지하 수백m 하부에 부존되어 있는 심부 지하수를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통해 개발,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하수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자원의 연간 총량은 1천2백67억t이며 이중 24%인 3백4억t이 증발해버리고 58%인 7백34t은 하천으로 유출된다. 그 유출량중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양은 약 2백49억t에 불과하다. 이는 총 수자원량의 20% 미만에 해당된다. 그러면 지하수의 연간 총량은 얼마나 될까.
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국적으로 총 수자원량의 10.6%에 해당하는 약 1백34억t이 연간 지하로 침투하고 있어 아직도 막대한 양을 개발할 수 있는 지하수 자원을 갖고 있다 하겠다.
학자들은 2011년에 가서 우리나라 총 용수수요는 3백70억t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1백34억t이라는 막대한 양이 지하수로 함양되고 있으며 이미 부존되어 있는 지하수와 같이 잘만 개발하면 2000년대의 용수 부족량 3백70억t은 지하에 부존되어 있는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날로 더해가고 있는 산성비의 증가,하천 수질의 오염화,지하수 과잉 양수로 인한 해수침입,지하수 영향권 논쟁 등은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있는 용수 수요에 대처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각국의 수질원정책이 맑은 물 쟁탈전으로 화해가고 있다. 이미 중동 여러나라에서는 외교적 마찰로까지 비화되고 있으며 사실상의 물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수자원은 이미 각국의 전략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지하수 자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개발보전을 위해 93년 11월 지하수법을 제정해 전국 유역에 대한 지하수 부존자원을 조사,수문지질도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관리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시행령을 작성중이다. 앞으로는 일정규모 이상의 지하수 개발자는 신고하도록 하여 무질서한 개발이나 오염유발을 행위 등을 방지해 맑은 물을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한국자원연실장·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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