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목사도 범행 알았다/탁씨 살해/사후보고받아… 수습지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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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집사 집서 2차 대책회의/피묻은 옷 갈아입혀 은폐/박 목사에 소환장
종교문제연구가 탁명환씨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2일 대성교회 설립자인 박윤식목사(66·미국체류)가 범행관련 보고를 받는 등 교회차원에서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한 사실을 밝혀내고 박 목사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와함께 임홍천씨가 교회에서 검거되기 직전인 19일 조종삼목사의 지시에 따라 오후 10시쯤 교회부근인 서울 구로구 오류동 현대타운빌라 김모집사(50·여) 집에 들러 이날 오전의 1차 대책회의 참석자인 안성억(55)·이충신(51)목사 등과 1시간여동안 2차 대책회의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임씨가 이곳에서 범행때 입었던 피묻은 검정바지와 구두·양말을 벗고 청바지에 흰운동화와 흰색양말로 갈아신은 사실을 확인하고 피묻은 검정바지를 김 집사 집에서 압수했다. 경찰은 안 목사가 『김 집사 집에서 임씨에게 자수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시 정황으로 보아 증거인멸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안·이 목사와 김 집사 등 3명에 대해 증거인멸과 범인은닉 혐의를 적용,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구속된 신귀환장로(47)를 추궁한 끝에 『지난달 19일 오후 3시50분쯤 조 목사와 함께 김포공항으로 나가 박 목사를 태우고 오는 길에 조 목사가 「임홍천이가 죽였다」라고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 교회 이강욱장로(47)도 경찰조사에서 『임씨가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교회내에서 장로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열렸고 이때 박 목사가 교회로 전화를 걸어 이 사건에 교회내부 및 외부관계자들이 관련됐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따라 경찰은 ▲박 목사의 범행전후행적 ▲경호원인 임씨와의 특수관계 ▲교회 핵심간부들의 진술로 미뤄 박 목사가 범행에 직접 개입했거나 최소한 교회차원의 사후수습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교회에 소환장을 보내 박씨의 자진귀국을 종용했다.
경찰은 2차 대책회의 등이 지난달 19일 오후 박 목사가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에 이루어진 점을 중시,박 목사가 범행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교회관계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뒤 임씨가 검거되자 구속당일인 22일 급거 미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임씨가 김 집사 집에 들르기 직전 도모집사 집에 들러 흰색 점퍼를 얻어 입은 사실도 밝혀냈고 범행에 사용된 칼은 도 집사 집에서 김 집사 집으로 가는 도중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을 마친뒤 3일 이번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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