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찰」을 보는 북­미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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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플루토늄 추출 확인·NPT 복귀에 초점/미/제한적 사찰… 3단계 고위회담 위한 방편/북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팀이 1일 시작한 북한핵 사찰을 두고 북한과 미국은 사찰과정·결과에 대한 의견은 같으나 그 의미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달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핵 사찰은 북한이 지금까지 플루토늄을 더이상 추출했는지 여부와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을 핵무기 제조에 전용했느냐를 밝히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유도한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미국은 따라서 사찰결과가 만족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대북한 외교승인 경제지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데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입장은 사찰이 주목적이며 3단계 고위급회담은 이에 대한 대가로 간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북한은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 성사를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핵사찰에 동의한 것일뿐 주목적은 대미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의 경제난을 해결한다는데 두고 있다.
북한은 따라서 이번 북한 핵사찰이 플루토늄 추가 추출과 핵무기 개발을 한 사실이 없음을 보이기 위한 제한적 사찰일뿐 NPT 복귀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따라서 NPT 탈퇴선언은 아직 유효하며 현재로서는 탈퇴를 유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NPT 규정에 저촉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의 IAEA 사찰에 대한 양국 접근방식의 차이가 사찰활동에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사찰결과가 북한의 핵안전조치 이행의 계속성이 파괴되고 북한의 종전 주장이 사실과 다르게 나타날 경우 팀스피리트훈련 중단과 3단계 고위급회담 등 모든 대북한 제의는 언제든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뉴욕 비공식접촉의 미국측 대표인 토머스 허바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1일 이 경우 미국의 지금까지의 대북한 입장은 분명히 재고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번 IAEA 사찰은 북한측이 주장하는대로 사실상 북한의 미신고 2개 시설을 제외한 신고 7개 시설에 대한 제한적 사찰성격을 갖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번 사찰이 주기적이고 계속적인 사찰을 전제로 한 단기 목표달성을 위한 첫 단계일뿐 궁극적으로는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또 이번 IAEA 사찰에서 북한의 신고 7개 시설에 대한 사찰은 물론 감시카메라의 배터리 및 필름교체를 통해 차후의 북한에 의한 추가 플루토늄 추출도 감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현 시점에서 북한핵에 대한 미국의 가장 큰 관심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느냐와 더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느냐에 모아진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 대북정책은 오늘부터 2주간 실시될 IAEA 사찰결과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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