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명박 유리한 고지 … 승리 예단은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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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은 20일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긴 했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등의 변수 때문에 승리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뉴욕 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을 지낸 이 후보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갇힌 한국 경제를 부흥시킬 준비된 후보란 점을 잘 부각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가 급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10월 2~4일로 예정된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대선의 초점이 이 후보가 강조해온 '경제' 대신 '평화'로 이동해 보수 성향인 이 후보가 아닌 진보 성향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이 후보의 불법 땅 거래 의혹도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이 후보의 대중적 지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 후보는 '한강의 기적'에 일조한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10월 초 열릴 남북 정상회담 덕을 많이 보게 될 범여권 후보와 맞서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 후보의 부동산 거래와 주가 조작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본선에서는 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부동산을 둘러싼 의혹이 본선 끝까지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권의 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이 후보가 오사카 출생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반대 운동에 나섰다가 실형을 살았던 점도 소개하는 등 이 후보의 이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 후보가 친일반중(親日反中) 성향을 보이고 있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워싱턴.도쿄.홍콩=강찬호.김동호.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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