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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바뀐 기후…장마 정의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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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소멸되는 시기인 7월 말부터 8월까지의 강수량이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1998년부터 올해까지 장마철인 7월 중순과 하순의 서울 지역 평균 강수량이 각각 166㎜, 149㎜인 데 비해 장마전선이 소멸한 뒤인 8월 초순의 평균 강수량은 258나 된다. 또한 6월 중순에 비해 8월 초순에 비가 더 많이 온 해가 10년 중 7년이었다.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와 함께 집중호우가 시작되니 기상청도 난감하고, 국민도 일 년에 한 번 가는 여름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바뀐 기상 현상을 설명하려는 기상청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기상청에서는 장마전선이 소멸되면 장마가 끝났다고 표현하지만, 일반 국민은 장마전선이 소멸되고 나서도 비가 그치지 않으면 장마가 계속된다고 여긴다. 이런 국민의 생각은 장마의 어원을 따져보아도 일리가 있다. 장마란 길 장(長)과 물의 옛말인 ‘무르’의 형태 변종인 마가 합쳐진 용어로 16세기께부터 사용된 말이다. 장마란 말 그대로 비가 많은 시기를 뜻한다. 이에 비해 장마전선이란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하고 습윤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형성되는 것으로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행된 20세기 이후 장마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90년대에는 장마전선으로 장마를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때와 기상 현상이 달라진 요즘엔 장마전선만으로는 장마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상청에서는 장마전선이 소멸됐다고 해서 장마가 끝났다고 예보하는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기상 변화에 맞게 장마를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상수 을지대 의료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