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도매 개장시간 싸고 이해대립-남대문.평화시장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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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대문.평화시장등 서울중구청 관내 재래시장의 개점시간을 둘러싸고 서울 상인과 지방상인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 시장들이 지방상인들과는 상의도 없이 지난14일부터 일방적으로 종전의 밤11시 개점을 새벽3시로 변경했기 때문.
이 바람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2만여명에 이르는 지방 의류소매 상인들.이들은 갑자기 개점시간이 늦춰지는 바람에 지방에서의 낮 장사가 불가능해졌다고 아우성들이다.
갑작스런 개점시간 변경은 그동안 지방상인을 상대로 밤샘영업을해온 서울상인들이 지난해초부터「피로가 가중되고 인간다운 생활이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점시간 조정을 요구해오자 서울중구청이 14일 남대문.평화시장등 관내 15개 대 형시장의 개점시간을 변경토록 행정지도 형식으로 지시했기 때문이다.
구청측은『1주일에 한두차례 상경해 물건을 구입해가는 지방상인들과 달리 연중 밤샘을 해야하는 서울상인들의 고충을 감안해 내린 조치』라는 것.행정지도라는 것이 강제성은 없는 것이지만 15개시장 1만6천여개 점포중 60%이상의 서울상인 들이 구청측지시가 있자 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영업시간을 변경해 버렸다.
그러자 그동안 이들 시장에 의존하던 지방의류상들이『지방 현지영업이 어려워졌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이들은 그동안 지방에서 밤11시쯤 상경,새벽3~4시까지 물건을 사고 지방으로 출발,오전8~9시쯤이면 현지영업을 시작했으나 개점시 간 변경이후오전7시쯤에야 지방으로 출발하게 됐고 이동하는데 평균 3~6시간이 소요돼 결국 일일영업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새벽에 상경한 1천여대의 버스.승용차등 차량이도심에 주차했다 오전7시를 전후해 지방으로 출발하는 바람에 이들 시장주변의 서울 도심이 출근 러시아워때 교통체증이 가중되고있기도 하다.
지방상인들은 당국의 조치가 있은 뒤「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 전국협의회」(회장 朴相雨.64)라는 임시모임을 만들어 당국및 시장관계자들과 협의에 나서는 한편 각계에 탄원서를 제출하는등 개점시간 변경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협의회 朴 회장은『10여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고충을 감안,당국과 해당시장 대표들은 개점시간을 자정이나 오전1시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측은『개점시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지방상인들을 대표하는 창구가 없어 협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서울.지방상인들간에 합의를 하면 개점시간을 재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權泰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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