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의 心身 이야기] 단전에 기(氣) 모여야 ‘숙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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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더위에 잠 못 드는 분들이 많다. “잘 자는 것이 보약”이라면 “잘 못 자는 것은 독약”이다. 무더위에 잠을 설치는 분이면 매일 독약을 조금씩 먹는 것과 같다. 잠을 못 드는 분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잘 자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름의 노하우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잠을 잘 못 자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다. 요즘처럼 더워서 못 자는 것은 외적인 이유 때문이다. 시끄러워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외적인 원인이다. 내적인 이유는 개인의 건강과 관계가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잠도 잘 못 자고 잠을 잘 못 자면 건강은 더 나빠진다.

우선 내적인 이유를 보자. 한방에서는 잠을 잘 때 기운이 단전으로 몰린다고 본다. 거꾸로, 기운이 단전으로 잘 모여야 잠도 잘 잘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말은 기운이 제대로 단전으로 가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왜, 또 어떤 사람이 기운이 단전으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소화기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다. 위나 장에 문제가 있어 소화가 어려우면 잠이 들지 않고 잠이 들어도 깊이 잠들지 못한다. 꿈을 꾸거나 선잠이 들어 어떤 때는 자고도 더 피곤한 경우가 있다. 하체가 튼실하지 못한 사람들 역시 기운이 단전으로 가지 못한다. 단전이 기운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해결방법은 치료를 받거나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소화장애가 있는 분들은 가급적 자기 전에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먹으면 소화가 어려워 잠을 자기 어렵다. 또 소화장애로 잠을 자지 못하는 분들은 결국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이나 침을 통해 소화장애를 없앤 뒤 숙면을 취한 사례는 많다. 하체가 약한 분들은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도 약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같은 분들이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 ‘더위’라는 ‘외부의 적’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악순환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 소화장애나 하체 약화로 가뜩이나 잠을 잘 수 없는 분들이 더위로 인해 더욱 잠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결과는 뻔하다. 소화장애가 있는 분들은 더위로 잠을 못 자 더욱 약해질 테고 하체가 빈약한 분들 역시 선잠에 힘이 들 것이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아니더라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베개는 동그란 것을 사용해 목에 베고 목이 약간 뒤로 젖혀지는 게 좋다. 이런 자세는 숨구멍이 크게 열려 숨쉬기가 아주 수월해지고 인체의 필요한 산소와 몸속에서 배출되는 탄산가스의 교환 능력이 높아지므로 인체는 더욱더 빨리 생명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시험해보자.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고 숨을 쉬어보면 훨씬 더 편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동그란 베개를 사용해 머리 대신 목에 받치고 사용했다. 이 방법은 동의보감에도 신침법(神枕法)으로 소개돼 있다. 경험에 의한 옛 어른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나 자신도 실제로 그렇게 사용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최재훈·민제한의원장 www.minjeclin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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