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바뀌는 일본 교육정책, 언어 교육 대폭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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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이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고 무너진 공교육을 재건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초.중.고 교육의 기본철학으로 삼았던 '유도리(느슨하게 풀어주는) 교육'을 철폐하고 대신 '철저한 학력 향상'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전환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문부과학성 자문기관인 중앙교육심의회는 17일 이런 방침을 담은 '학습지도 요령'을 발표했다. 일종의 교육 기본지침인 학습지도 요령은 10년에 한 번 정도만 개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공교육 분야에서 강도 높은 경쟁력 강화 노력이 예상된다.

새로운 방침은 특히 언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문장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국어 과목은 물론 수학과 과학, 심지어 체육 과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예로 초등학교 체험학습의 경우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느낀 점을 견학 장소와 본 것만 간단히 메모해 보고서로 내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생각을 담은 문장으로 써내고, 말로 발표까지 해야 한다.

중학교로 올라가면 예상과 가설을 먼저 세운 뒤 실험과 관찰을 해야 하며, 결과는 논술 형태로 제출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현장 실습만 중시해 이론교육이 부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지어 체육시간에도 연습 계획이나 작전을 세운 뒤 공놀이나 수영을 하게 하는 등 논리력과 사고력에 큰 비중을 두기로 했다. 이런 정책 전환은 국제학력조사에서 일본 학생들이 해마다 뒤처지는 데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3년 실시한 국제학습성취도(PISA)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문장 표현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독해력 순위에서 전년도 8위에서 14위로 밀려났다.

중앙교육심의회는 학력 저하가 학생들의 대인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이지메'(왕따, 집단 괴롭힘)나 '히키코모리'(등교를 거부하고 집에 틀어박힘)를 조장하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표현력과 사고력을 강화하면 청소년들의 대화 능력이 개선되고 사회 문제도 약간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유도리 교육=여유 있는 교육이란 뜻으로 학생들을 주입식 공교육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초.중학교는 2002년부터, 고교는 2003년부터 주 5일제 완전 실시를 통해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은 물론 교과목 학습량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애초 의도와 달리 자기 계발이 부진해 실패한 교육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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