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자칼럼>신일류와 낙제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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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잇따라 열리고 있는 은행 주총을 보고 있노라면 경쟁력을키우는 지름길은 역시 사람을 제대로 쓰고 조직을 젊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올들어 유행어가 되다시피한「국제화」가 경쟁력 강화로 뒷받침된다고 할 때 국제경쟁력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 가운데 하나인 은행의 경영 성적표가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를 되씹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1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상업은행은 부실여신에 짓눌린 나머지 주주에게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부실여신이 많은 데다 지점장들이「張玲子씨 사건」의 덫에 걸리는 바람에 행장까지 중도퇴진한 서울신탁은행과 동화은행도 무배당이다.
이에반해 이제 창립 열두돌을 맞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특등급인「AA」를 따내고 9년째 10%의 배당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新一流로 자리를 굳힌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듯하다.기능별로 팀제를 도입,팀장 책임하에 일을 빠르게 결정하고 추진해 오고 있다.본점 조직은 관리보다 영업점 지원 업무가우선이다.
그런가하면 경영진이 地緣과 學緣에 따라 얽혀 있는 서울신탁.
동화.대동은행은 낙제 점수인 C등급을 받았다.
입버릇처럼 국제화.경쟁력 강화를 외치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이들 「낙제 은행」같은 조직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눈을 정부조직으로 돌리면 더욱 한심하다.기회있을 때마다 작고효율적인 조직개편을 내세웠으나 번번이 龍頭蛇尾가 되었다.「조직은 저절로 커진다」는 파킨슨법칙을 웅변으로 증명해왔다.
「人事가 萬事」라고 강조하지만 어떤 자리는 과거에 누구와 인연이 있어서,또는「선거때 진 빚」을 갚기위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야 경제기획원과 상공자원부가 마지못해(?)기구를 일부 정비했고 재무부등은 아직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의 경우 정년을 2년여 앞둔 부장.국장급(1급)은 하는 일이 별로 없는 자문역으로 발령냈다.
그 숫자가 18명에 이르러 감사원으로부터 너무 많다는 지적을받기도 했다.
이에비해 기업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제 경제전쟁에서 외국기업들과 泥田鬪狗하려면 결재단계를 줄이고 능력있는 인물로 계속 물갈이하는등 혹독할 정도로 조직쇄신을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들어 일부 행정기관이 기업을 배우겠다고 열심인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정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국제화 시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출범 한 돌을 맞은 現정부에서부터 각종 기관.단체,株總이 한창인 은행들에 이르기까지 조직관리와 사람쓰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되새겨보아야 할 시점이다.주총을 하면서 주주들로부터 매서운 심판을 받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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