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땅 좁아지는 샹송-美팝송 홍수속 음반판매 계속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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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랑스 샹송이 에디트 피아프와 이브 몽탕의「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수십년이 지난『장미빛 인생』『사랑의 찬가』(피아프)『枯葉』(몽탕)이 지금도 리바이벌돼 여전히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반면 오늘의 샹송을 대표할만한 가수나 음악이 없기 때문이다. 조니.할리데이.줄리앙 클레어.장 자크 골드만등 80년대 가수들과 최근에는 파트리시아 카스(여).슈송등으로 그럭저럭 연명해가고 있지만 마이클 잭슨.마돈나등 초대형 가수를 앞세운 미국팝송의 홍수속에 설자리를 잃고 있다.
92년 프랑스 음반시장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 최고 가수는 조르디라는 다섯살짜리 어린아이의『중얼거림』이었다는 사실은스타가 없는 샹송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음반시장은 지난해 전년대비 5% 증가,모두 52억프랑(한화 약7천2백억원)에 달했다.그러나 이중 샹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년의 절반대에서 내리막 곡선을 타며 42%에 그쳤다.반면 외국,주로 미국 대중음악은 상승곡선을 그리 며 샹송의 위치를 꾸준히 갉아먹고 있다.금세기말에는 샹송의 흔적조차 찾기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샹송이 프랑스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이것도 저것도 아닌채 고유한 개성을 잃어버리고 복고주의적 리듬과 내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거기다 미국식을 흉내내는 바람에 국적없는 迷兒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음반가격 정책도 샹송의 침체에 한몫 거들고 있다.81년부터 최저가격제를 도입,미국 대중음악과 경쟁이 안되는 프랑스음반을 비슷한 가격에 팔아야하는 모순을 빚고 있다.마이클 잭슨과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는 샹송가수의 음반이 같 은 가격일 때음악애호가의 선택은 잭슨쪽이 될 수밖에 없고 샹송은 재고만 쌓이게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샹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96년1월부터 라디오 음악방송중 40%를 의무적으로 송출토록하는 쿼타제를 입법화할 예정이다.그러나 벌써부터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음악을 반복해 틀어대는 것은 일종의「범죄」라는 음악애호가들의 거친 항변이다.
방송국과 제작자들도 세계화되는 음악추세에 맞춰 샹송이 자율적으로 변신하는 노력도 없이 쿼타제를 추진하는 것은 자칫 샹송이영원히 국제무대에서 도태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부주관으로 지난달 30일부터 7일까지 계속된「샹송주간」은샹송의 부활을 외쳤지만 이미 팝송에 젖어든 프랑스인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한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오히려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더 빠르게 팝송쪽으로 달음질치고 있 다는 현실이 샹송이 안고 있는 오늘의 고민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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