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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를 바로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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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무궁화로 비누나 차(茶)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무궁화에 대한 연구는 한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무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무궁화를 진딧물이 많이 생기는 볼품없는 꽃으로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무궁화는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꽃이다. 필자는 오래 전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큰 음식점에 갔을 때 입구에서 식당까지 꽤 긴 통로 양편에 크고 아름다운 무궁화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스턴의 한 호텔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 꼭대기 회전식당에 갔는데, 입구에 커다란 무궁화만 있는 것을 보고 기뻐서 카메라를 갖고 다시 가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독일 베를린 소재 독일개발원을 방문했을 때도 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것은 무궁화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장이었던 마닐라 근처의 코리히도 섬이나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회사 정문 앞에 있던 싱싱한 무궁화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스에도 무궁화가 많다. 무궁화는 또한 하와이주의 주화(州花)이고 말레이시아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대 정문 앞에는 큰 꽃가게가 두 개 있었다. 필자는 그 앞을 지나다녔는데, 하루는 두 가게 모두 무궁화를 대표적인 꽃처럼 전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신기해 유학생 부부에게 이를 말했더니 믿지 않아 직접 꽃가게에 같이 가 눈으로 확인하고 기념 사진도 찍었다. 어느 날 저녁 늦게 그곳 서점에서 무궁화 책을 찾고 있을 때 일이다. 그곳 지배인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도 바로 무궁화라며 반가워했다. 무궁화는 화분·울타리 및 가로수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꽃이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한국의 어느 무궁화 전문가는 일제가 강점기 때 아름다운 무궁화는 다 없애 버리고, 못생기고 진드기가 많이 생기는 것만 남겨두어 국민들이 무궁화를 혐오하게 됐다고 말한다. 지금은 없어진 무궁화를 거의 다 복원해 현재 그 종류가 25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심 교수가 개발한 신품종은 수령이 100년이나 되는 토종 무궁화로, 깊은 산속에 있었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 때 멸종의 화를 면했다는 것이다.

무궁화는 구약성서(아가)에 나오는 꽃으로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고 한다. 심 교수는 샤론의 장미란 ‘신에게 바치는 꽃’이라는 의미라면서, 알렉산더 대왕 때 사용된 은전(銀錢)에도 그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웹스터 사전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샤론의 장미를 분명히 무궁화라고 하고 있는데, 어떤 성경은 이를 샤론의 수선화로 번역하고 있다. 바로잡았으면 한다. 서양인들이 무궁화를 좋아하는 것은 성서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선진국민들은 대개 자국의 국가·국기 및 국화에 대해 친밀감을 갖고 있고 자부심도 많이 느낀다. 한국인들은 국기와 국가에 대해서는 월드컵을 계기로 친밀감을 갖게 됐지만 국화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싱가포르는 국화인 난초를 재배하는 아름다운 식물원을 만들어 외국인들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화 시대에 맞는 샤론의 장미 식물원을 만들어 국민이 이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요즘 같은 생명공학 시대에 아름다운 품종을 더 많이 개발하고 수출해 세계인들이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