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뭘 개혁할 것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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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나 「국제경쟁력」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될 정도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현상이다. UR협정 타결이후 더욱 그렇다. 일과성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든 국제경쟁력이 없는 국가는 살아남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국제경쟁력의 원천은 두말할 것도 없이 비교우위를 갖는 지식과 기술이다. 지식과 기술에서 어떤 한 분야라도 앞서지 않는한 그 국가는 국제화사회·세계화사회·정보화사회를 살아가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지식과 기술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다름아닌 교육이다. 교육은 한 국가의 국제경쟁력의 요체다. 그 국가의 국제경쟁력을 알고 싶으면 그 나라의 교육을 보면 된다.
세계 각국이 지금 교육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80년대 들어 교육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여러차례 만들고 수많은 시안도 내놓았었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고 담당장관이 새 사람으로 채워질 때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개혁이란 구호가 난무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는 그 이유가 정권이나 장관의 사적 철학이나 공명심에 의한 「한건주의」에 있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적어도 30년쯤 앞을 보고 그때 국가를 이끌고 국제사회를 살아가야 할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적 합의를 이루어내기 보다 내가 이렇게 했다는 실적주의가 앞서는 바람에 우리 교육은 멍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또 한번의 교육개혁위원회 발족을 보면서도 우리가 그같은 우려를 갖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교육개혁위 발족을 계기로 우리는 정부가 진지한 태도로 교육개혁에 접근해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화·정보화를 향해 급박하게 치닫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의 교육은 개혁이 화급하기 때문이다. 내용과 여건이 모두 개혁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해있다. 교육개혁위는 이를 위한 무거운 짐을 지고 출발하는 셈이다.
교육내용에 관해 위원회가 할 일은 분명하다. 학생 모두가 개성을 지닌 창의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다가오는 사회,앞날의 세계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의 바람직한 모습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인간상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학습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상 육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교육개혁의 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효율 지상주의를 탈피,학생 모두를 개성화할 수 있는 교육여건 조성방안이 아울러 구안되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이 아울러 마련되지 않는한 이번의 교육개혁도 구호로만 끝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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