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UR 의정서 마감시한 앞두고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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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족내부거래」 인정여부 논란/「남북합의서」 필요하지만 북과 협의 어렵다/통일원/“GATT 법률에 근거있다” 별도 노력 불필요/외무/경실련선 “정부가 책임회피… 「포괄적 인정」 받아야”
우루과이라운드(UR) 마무리를 위한 가입의정서와 최종이행계획서 제출시한(2월15일)이 가까워지면서 남북간 교역을 민족내부교역으로 포괄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후 남북교역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 이 문제가 현안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주목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UR협상과정에서 관심밖의 영역이 되다시피했으나 경실련이 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등의 공세를 폈고 정부가 「여러 이유때문에」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논쟁의 양상까지 띠고 있다.
이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91년 12월 체결된 남북한 기본합의서를 민족내부 교역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기본합의서를 제출해 남북교역을 민족내부거래로 포괄적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기획원 주관아래 통일원·외무부·상공자원부 등 관련부처에 이 문제에 관한 이견을 물었고 현재 각 부처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통일원은 『남북 기본합의서로 포괄적 민족교역을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이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핵문제로 인해 협의가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재로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외무부는 조금 다르다.
헌법 및 남북 기본합의서 등에 비춰볼 때 남북거래에 관해 별도의 예외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무부는 GATT 법률 관계자의 용역연구결과 『남북은 민족거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있으므로 공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할 경우 오히려 법적 논거를 약화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컨대 「포괄적 인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다 당위성을 주장하자는 입장이다.
이처럼 「포괄적 인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본합의서 제출을 꺼리는 것은 이것이 수용되겠느냐는 걱정 때문이다.
통일원은 가맹국과의 개별 협의과정에 북한이 『기본합의서는 민족대단결 차원에서 거론된 것이며 WTO체제와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나올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외무부는 『기본합의서를 다른 나라들이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고 이 문제가 초점이 되면 지금까지의 남북교역 모두가 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 이를 거론하기 보다 나중에 문제가 될 때 본격 제기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모두 당장 민족교역을 인정받지 않아도 차후에 이를 공식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따라 정부가 일단 「이번에는 제출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나 경실련 등으로부터의 비판이 가열될수록 그같은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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