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돈 금융권에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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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실명제후 “넉넉”… 증시과열 부추겨/단자사 싼돈 빌려 은행빚 갚기도
돈이 흔하다.
기업이 신규투자가 아직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넘치는 시중자금이 금융기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은행 신탁과 투신 등 제2금융권은 몰려드는 돈을 주체못한채 그냥 놀릴 수는 없어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2일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9백70선을 넘어섰으며 실물경제의 흐름에 비해 「과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실세금리의 대표인 회사채(3년 만기 은행보증) 유통수익률은 연 11.8%로 「안정」돼 있으며,1월중 총통화(M2) 증가율은 「낮은 15%대」에 엎드려 있다.
기업들,특히 대기업이 돈을 별로 쓰지도 않는다. 자금이 넘치는 단자사 등에서 싸게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비싼 은행의 당좌대출을 갚을 정도다. 1월말 현재 기업들은 은행에서 쓸 수 있는 당좌대출 한도의 40% 정도만 쓰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작년 실명제 때 급히 지원받은 1조7천억원이 있어 그다지 급한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난해 실명제이후 넉넉하게 풀린 돈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실명제 직후 집안의 장롱이나 금고속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 화폐의 유통속도가 떨어졌으니 돈을 넉넉하게 풀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는데,이제 경기의 회복기미가 뚜렷해지면서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져 시중의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명제가 시행된 지난해 8월이후 올 1월까지 6개월동안 추가로 풀린 총통화는 9조2천억원이다. 93년 2∼7월 6개월동안 풀린 5조3천8백억원보다 4조원이나 더 많다.
여기에 외국에서도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1월중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순유입액은 6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1월의 두배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돈이 풀려있는 것이다.
잠겼던 돈이 돌기 시작해 넘쳐나는 돈이 금융안에서 맴돌며 「머니게임」이나 하고 주식시장이 실물경기가 비해 과열돼 실물투기가 꿈틀거리면서 물가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면 자칫 「신거품」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낮은 금리와 낮은 통화증가율,오르는 주가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속을 들여다보면 이를 「자금시장의 선순환」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문제다. 통화당국의 더욱 세심한 주의와 대응이 요구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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