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 옛 측근 녹취록 논란 "내가 김유찬에게 위증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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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의 옛 측근이 16대 총선(1996년)의 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이 후보의 비서였던 김유찬씨에게 돈을 주고 위증을 시켰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15일 공개되면서 빅2 캠프가 위증교사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의 당시 지구당(서울 종로) 조직부장이었던 주종탁씨로부터 입수했다"며 주씨와 당시 지구당 사무국장이었던 권영옥씨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보도한 언론 보도가 발단이 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씨는 "사실 위증교사는 내가 했다" "김유찬에게 1997년 7월에 50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녹취록은 올 4월 술자리에서 권씨를 만난 주씨가 녹음한 뒤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 2월 기자회견을 열어 "1억여원을 받고 97년 재판에서 이 후보에게 유리한 거짓증언을 했다"고 주장,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씨의 폭로 직후 권씨는 "(이 후보 캠프가) 위증교사를 한 적이 없으며 돈은 김씨가 먼저 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김씨와 권씨의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 후보 측은 15일 새 녹취록을 인용하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이 후보가 위증교사의 책임을 지고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권씨는 이날 "녹취 내용이 진실과 전혀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대화가 녹음됐을 때 술에 취한 채 호기롭게 떠들어 기억이 잘 안 난다"며 "하지만 김씨도 이미 검찰 대질신문에서 내가 위증교사를 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이런 녹취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권씨가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에 반영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캠프 장광근 대변인은 "주씨는 김씨와 사업 파트너로 '이명박 흠집 내기' 기자회견도 함께 주도했던 인물"이라며 "김씨가 실형을 살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되는 주씨가 이를 막기 위해 허황된 자료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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