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매상.대형출판사 주식회사 전환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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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유명출판사와 대형 도매상들이 잇따라 회사형태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연말이래 이미 주식회사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출판사는 김영사.해냄출판사.세계사.사계절.미래사.둥지.홍익출판사 등 10여개사에 이른다.
또한 도매상으로는 보문당.송인서점.한양서적.청운서적 등 수도권의 대형 도매상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주먹구구식 사업으로 알려진 출판업계의 이같은 변화는해당기업의 규모가 커진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특히 금융실명제가 이를 부채질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출판사와 도매상들이 개인사업의 형태로 영업하면서 거래장부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매출액을 실제보다 훨씬 줄여 신고하는 일이 적지 않았으나 실명제가 이같은 관행을 부수고있는 것이다.
실명제 실시이후 거래 규모가 모두 노출되는 은행어음보다는 오히려 개인어음(소위 문방구 어음)이 성행하는 역현상이 없지 않았으나 매출액이 연간 10억원에서 많게는 1백억원에 육박하는 이들 회사로서는 은행거래를 피할 수 없어 외형을 노출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거래 규모가 언제라도 밝혀질 가능성이 클 바에야 지금처럼 개인기업으로 활동하며 소득세를 내느니 아예 주식회사로 전환해 법인세를 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개인기업으로 하면 실제로 지난해보다 영업실적이 좋아지지 않았더라도 해마다 외형을 20%정도 늘려 신고해야(인정과세)세무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단점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주식회사 즉 법인으로 회사형태를 바꾸면 광고비 지출,반품도서등에 따른 경비를 비용으로 인정받아 실제 영업실적에 따른 세금만 내면 된다는 이점이 따르는 것이다.
지난 연말 주식회사로 전환한 한 출판사 사장은『그동안 많은 서점.도매상들이 서류근거를 남기지 않는 무자료 거래를 관행화해왔었던 것이 사실』이라며『이제 출판사와 도매상들에 주식회사가 늘어나면 이같은 관행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세무자료 노출을 꺼려 은행어음과 거래명세서 발행을 기피하는 일이 많았던 도매상들의 법인화는 출판업계의거래관행을 정상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趙顯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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