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기관에 위탁증거금 부과는 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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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증권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과 일반인들의 투자및 저축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증시의 건전한 육성및 발전은 국민경제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株價의 폭락이나 폭등은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당국에서는 상황에 걸맞은 증시안정책을 내놓게 되는데 그 내용은 결국 수급조절 위주의 조치일 수밖에 없다.주가등락 요인중 가장 큰 것은 실물경기지만 이는 당국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어서 그 다음이라 할 수 있는 수급에 손을 대는 것이다.
당국은 과거 증시가 침체에 빠져있을 때 투신사의 무제한 주식매입,증시안정기금 설립,기관투자가들에 대한 매수 지시등 수급조절을 통한 많은 부양 조치를 내놓았지만 결국 실물경기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에 주가의 흐름을 뒤바꾸기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당국의 조치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냉각되는 증시 분위기를 단기적으로 진정시키는 심리적 효과 정도인데 비해 그 대가로 증권계가 지불해야 하는 반대급부가 크기 때문에 당국의 조치는 신중하게 내려져야 할 것 이다.
당국은 최근 주가 상승세를 과열이라고 판단한 듯 대주제 부활과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위탁증거금 부과를 골자로 하는 증시진정책을 내놓았다.
대주제는 주식투자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제도이자 매도자를 위한신용거래수단이라는 점에서 별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수급조절을 겨냥한 듯한 기관에의 위탁증거금 부과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신용을 중요시하는 증시에서,더구나 국제화 진행과정을 밟아가고있는 증시에서「신용으로 먹고 사는」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위탁증거금을 납부케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으며,시간과 인력그리고 자금운용상으로도 낭비요소가 많아 세계적 으로도 잘 시행되지 않는 제도다.
일반투자가에 비해 세금등 여러가지로 혜택을 받아온 기관투자가가 증시의 건전한 육성.발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당국이 추진하는 증시안정화 조치에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국으로서도 증시의 발전과 함께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자율적인 시장경쟁체제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증시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증시정책을 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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