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검찰폭력처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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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로운 검찰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한 검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의 고문에 의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김기웅순경사건의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인천지검의 모검사가 피의자를 폭행해 6주의 중상을 입혔다. 더 아연한 것은 이 사건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켜 한창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인 13일에 서울지검 남부지청의 한 검사가 또다시 피의자를 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김도언 검찰총장은 취임직후 수사과정중의 폭행은 물론,철야수사와 같은 간접적인 폭력도 금지할 것을 지시해 여론의 공감을 산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이은 피의자 폭행사건을 보면 그런 지시가 일선에는 침투되어 있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경찰·검찰의 수사과정에선 여전히 피의자는 곧 범죄자요,범죄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한 수단을 써도 괜찮다는 전근대적이고 수사편의주의적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
오랜 악습과 그릇된 수사관행이 하루아침에 뿌리뽑히길 기대하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문민시대를 맞아 모처럼 새로운 검찰상을 확립하려는 상부의 의지가 단순히 요식적인 지시공문이나 대국민용 구호에 그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현실을 놓고도 세월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피의자는 폭행해도 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기회있을 때마다 말로는 인권보호를 외쳐왔다. 그러나 이제껏 그것이 공염불이 되어온 결정적 원인은 수사과정에서의 폭력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도 관대했던데 있다. 이번 인천사건에서도 나타났듯,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경찰이나 검찰은 사건을 얼버무리려고 해왔다. 물의가 가라앉으면 징계도 가능한한 가볍게 하는게 상례였다. 바로 이런 관행이 수사과정의 불법적 폭력을 뿌리뽑지 못하는 큰 원인이라고 우리는 본다.
물론 동료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는게 사람의 심정이다. 더구나 그런 동료의 실수가 일반적인 관행의 범주내의 것일 때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런식의 사후조처로는 결코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없으며 문민시대의 검찰상을 정립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검이 인천지검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것은 잘한 일이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의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검찰뿐 아니라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는 일선 경찰관들에게도 파급효과가 있다. 대검이 인천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리는가가 주목된다. 바로 7년전에 박종철군 사건이 일어났다. 문민시대에 들어와서도 고문과 은폐기도라는 똑같은 맥락의 사건을 경험해야 한다면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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