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내포제시조창 KBS국악대상 무형문화재 소동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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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백제의 고도 扶餘에서 사라져가는 內浦制 시조창 전수에 심혈을쏟고있는 蘇東奎씨(78.충남무형문화재17호)는 갑술년 국악의 해를 맞아 누구보다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예부터 선비의 기품과풍류를 상징하는 시조창 내포제가 지난해12월2 7일 KBS국악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국악의 해를 맞아 새롭게 평가를 드높일수있게 됐기 때문.
지난 87년 자비로 충청지방의 내포제 시조창을 꼼꼼히 정리,교본을 발간해 시조창 전수의 초석을 다졌던 그는 89년부터 6년째 무료강습회를 연 집념의 국악인.일제치하인 지난 38년 약관의 나이에『백마강변에서 선비들이 모여앉아 시조를 읊으며 시국담론을 펼치는 모습에 심취,시조창을 시작했다』는 그는 당시 名唱으로 이름났던 충남청양군의 美堂 尹鍾善선생 문하생으로 입문하면서「시조창 연마와 전수」에 반세기를 불살라왔다.
『조상의 꼿꼿한 기상이 서려있는 시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요.시조는 우리의 얼과 심성.정서생활의 가장 적절한 표현수단이지요.뿌리와 본질만은 그대로 유지.보존하고 새시대의 좌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에 따르면 시조창에는 서울.경기지방의 京制와 충청도의 內浦制,강원.경상도의 嶺制,호남지방의 完制가 있는데 지방에 따라 독특한 전통의 맛이 배어있다.예컨대 내포제는 의젓하고 장중하며 다른 창법이 가볍게 퉁기면서 넘어가는 것을 꾹꾹 눌러 처리한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엔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배울 것같아 애태우던 열정이 있었다면서 눈을 지그시 감는 蘇옹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근래와서 전통창법이 크게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지방마다 전통의 맛을 달리하면서도 독특하게 이어져오던 시조창들이 소위 鄕制란 형식으로 통합되면서 심오한 옛 멋마저 사라진 채 기교만 앞서고 있다는 것.
『올해가 국악의 해인만큼 올바른 전수를 위해 회관이 꼭 마련됐으면 합니다.지금까지 한해 6백만~7백만원 드는 무료강습비 마련을 위해 텃밭이며 봉토를 많이 팔았어요.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이 아쉽습니다.』 [扶餘=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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