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쌀정국 불씨 살리기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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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정개편으로 희석… 공세 재개준비/“엎질러진 물” 불가고수하기엔 부담
국회 우루과이라운드(UR) 특위의 가동으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쌀시장 개방문제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무겁기만 하다.
지난 15일의 UR 타결로 민주당의 쌀개방 불가라는 기존입장은 물건너갔고 마땅한 대안을 내기도 사실상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당정개편은 쌀시장 문제를 정치권의 시야에서 한동안 벗어나게 했다. 쌀시장 개방에 집중됐던 민주당의 대여공세도 덩달아 주춤해졌다.
그러는 사이에 쌀시장 개방은 현실화되어 정치권은 후속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협상과정 추궁”
여야는 일단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UR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은 쌀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대국민홍보에 나섰다.
민주당도 변화된 여건에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내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정국이 여권의 자리바꿈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을 때에도 농촌에서는 UR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지 않았다.
UR협상이 국내 경제뿐 아니라 온 사회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치권의 휴지기는 잠시동안일 뿐인 것이다. 정치권이 쌀문제를 일시 유예한 동안에도 UR의 소용돌이는 잠잠해지지 않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민주당은 이제 무언가 대응해야 할 시기가 닥쳤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쌀시장 개방 협상과정의 이면을 집중 추궁함으로써 대여공세의 고삐를 다시 잡을 생각이다. 쌀시장 개방 「불가」에서 쌀시장 개방 「불가피」로 1백80도 정책을 바꾼 속사정을 공격하자는 것이다.
○비준거부 전략도
그러나 어차피 개방은 기정사실화되었고 협상과정을 추궁한다고 들끓는 농심을 어느 만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협상을 직접 담당했던 각료들이 대폭적인 개각으로 다 물러났다.
새로운 각료들을 상대로 그 이전의 쌀시장 개방협상 경과를 따진다는 것은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격이다.
그렇다고 달리 취할 방도도 마땅하지 않다.
쌀시장 개방문제가 뜨거운 정국의 이슈로 등장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제와서 국제무대에서의 협상결과를 무시하고 개방 「불가」를 새삼스럽게 외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민자당과 함께 UR 타결에 따른 정책대안 모색의 단계로 들어서기도 반발하는 세력들이 엄존하는 국내 분위기상 아직은 어렵다.
민주당이 국회비준 저지투쟁을 내거는 것도 이같은 사정을 함축하고 있다.
남아있는 각료급 회담 등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도록 최대한 정부측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대안마련도 모색
그것이 또한 정부의 국제적인 협상에 은밀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내년 1월의 임시국회 소집도 요구해놓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어차피 개방은 정해져있는 것이고 야당의 농촌대책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비,당의 UR 대책위원회와 정책위원회를 가동해 농촌구조 개선사업의 재검토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농촌부흥세에 대한 입장정리와 42조원이 투자될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투자확대,농지대책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또 쌀시장 개방외에 금융·서비스 등의 개방에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해 정부의 UR대책을 보완하자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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