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새팀에 바란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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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각에 이어 민자당의 당직도 전면 개편되었다. 전면 개편이라고 하지만 소수파인 민주계가 당을 주도하는 현재의 구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민주계가 핵심요직인 사무총장을 계속 맡은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다만 민정계중에서도 5공때 총애를 받던 이한동의원을 총무에 기용함으로서 다수파인 민정계의 소외감을 해소해 보려는 배려가 엿보이나 이런 당직개편으로 당화합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김정부 출범이후 민자당은 여당다운 여당노릇을 제대로 못해왔다. 정국주도는 커녕 야당과 협상도 변변히 못하고,당간부는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민주계가 득세하면서 마치 민주계는 개혁주도세력이고 민정·공화계는 개혁대상인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그러다보니 「적자·서자·양자」가 있다는 식으로 다수 의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바로 며칠전에도 언급했지만 언젠가 정계개편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때까지는 여당이 여당 구실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당내의 소외감·자조분위기를 씻고 당력을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짜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먼저 민자당 새팀에 대해 가장 우선적 과제로 당화합 노력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치의 기본논리가 달라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종전에는 정치가 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정권을 창출하며 권력을 유지하는 게임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좁은의미의 정치보다는 국제화·개방화에 따르는 우리의 생존전략을 짜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능력의 경쟁이 더 정치의 중요내용이 되고 있다. 누가 더 나은 정책을 내느냐가 여야간,당내 계파간의 경쟁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민자당 개편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친정체제 강화니,95년 지방선거 대비체제니 하는 분석들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당이 정말 이런 안목에서 팀을 짰다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정권적 차원의 좁은 정치를 목표로 삼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그런 일보다는 쌀개방후의 대책,무한경쟁에 대처하는 경제전략 등에 당정의 총력이 집중돼야 하고,바로 그런 일을 하는 과정에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인기와 신뢰도 나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민자당의 새팀에 이런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감당할 능력과 감각이 얼마나 있는지 주시할 작정이다. 5공때의 정치체험이나 당시의 감각으로는 안된다. 당총재와의 오랜 정치인연이 그런 능력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처럼 전면개편을 한 민자당이 당활성화→국회활성화→국론결집이라는 바람직한 행보를 보임으로써 달라진 집권여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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