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비서실도 쇄신돼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는 새 내각의 구성과 운용방식 등에 관해 소견을 밝힌데 이어 민자당과 대통령비서실의 개편문제에 대해서도 몇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온통 새 내각의 장관 인선에 쏠려있지만 민자당과 비서실의 개편 역시 내각 구성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김영삼정부의 지난 10개월간 민자당의 역할과 위상이나 비서실의 기능 등에 있어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며,대폭 개각으로 국정쇄신을 하려는 이번 기회에 당과 비서실 역시 새 모습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민자당에 대해 말하면 소속의원이 1백70명이 넘는 거대 여당다운 정치력이나 정국주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점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부하에서 왜 「정치실종」이란 말이 그렇게 자주 나왔겠는가. 민자당은 한마디로 지금껏 집권당이 당연히 가져야 할 정치영역을 확보하지 못한채 대통령의 의중과 눈치에만 끌려다녔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발언권·정치력·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날치기 파동때만 봐도 당의 핵심간부라는 당 3역이 협상에 나섰지만 전혀 재량권을 보이지 못하고,날치기까지 하면서도 그나마 성공하지 못하는 지도력의 빈곤을 보여주었다. 집권당이 이래서는 민주화고,정치개혁이고 잘 될리 없다.
우리는 현재의 민자당이 3당 통합에 의한 과도적 산물이지만 언젠가 정계개편을 할 때 하더라도 그때까지는 집권당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자면 대통령도 민자당에 일정 영역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고,실제 당을 이끌고 대표할만한 사람들로 당간부진을 짜야 한다고 본다. 이제와서까지 측근과 민주계·논공행상을 기준으로 삼을게 아니라 장악력·지도력·당내 인망·정책능력,이런 요소를 기준으로 팀을 짜는게 옳다.
비서실에 대해서도 우리는 사람과 운용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서실의 가장 큰 일은 대통령보좌인데 올바로 보좌하자면 진상을 정확히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직언과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두뇌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사례를 보면 중대한 국사에 대통령의 의논상대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쌀문제에서 나타났듯 필요한 정보가 전달 안된 경우 등이 있었고,대통령의 진의가 잘못 전해진 경우도 여러번이었다. 지침을 만들어야 할 비서실이 오히려 대통령 지침을 기다리는 업무풍토라는 말도 들린다.
비서실의 또 하나의 중요기능이 국정의 조정인데 지난 10개월간 각 부처에서는 끊임없이 대통령 의중을 몰라 전전긍긍한다는 말이 나왔으니 조정도 제대로 못한게 아닌가.
사람과 업무스타일,또는 일처리 시스팀을 만드는 것은 다 대통령이 하기에 달렸다. 김 대통령은 당과 비서실의 쇄신을 위한 단안을 내려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