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리에 대한 기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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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임 이회창 국무총리는 매우 중대한 시기에 매우 중대한 직책을 맡았다. 안으로는 빨리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 동요하는 민심을 수습해야 하고,밖으로는 전례없는 세계무역전쟁에 시급히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한마디로 나라 안팎의 정세는 국가경영능력의 극대화를 통한 국가경쟁력의 극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화·미래화라든가 규제완화·행정서비스 강화 등 요즘 정부에 요구되는 모든 주문들이 여기에 함축되어 있다.
이 총리는 다 알다시피 흠없는 공직경력에 청렴·강직한 인품으로 국민의 신망이 높다. 그의 총리기용으로 정부의 도덕적·개혁적 이미지가 높아질 것으로 믿어진다. 다만 이 총리는 법률가로서 과거문제를 따지는 법원과 감사원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지금 총리에게 요구되는 국제감각,경제·행정에 관한 능력에 있어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총리의 인품이나 장악력,투철한 공인의식 등을 생각할 때 팀만 짤 짜면 훌륭한 업적을 쌓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우리 나름대로 이 총리에게 바라는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이 총리의 성격도 그렇다고 믿지만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직언하는 내각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지금껏 김정부에서는 대통령만 우뚝하고 총리나 장관의 존재는 왜소하게 보였다. 매사를 대통령이 결정하고,총리나 장관은 대통령 결정을 따라만 가는 방식이었다. 이 총리는 이런 풍토가 계속되게 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둘째,국정방향을 확고히 하라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부·여당에서는 사정이냐 경제냐의 논란이 있었고,미래와 과거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여왔다. 국민은 물론 정부 고위층까지도 정부의 체중이 어디에 실려있는지,언제 무슨 뜻밖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지 감을 못잡는 상황이 오래 계속되었다. 이런 예측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국론을 모으고 국력을 한 방향으로 집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 총리는 국정방향을 확고히 함으로써 이런 폐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정부의 일하는 시스팀·팀웍·팀플레이,이런 것이 가능하도록 정부를 이끌어주기 바란다. 어떤 국사라도 어느 한 부처의 단독소관일 수는 없다. 여러 부처가 관련되게 마련이고,나름대로의 역할분담과 팀플레이가 잘 돼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김정부에서는 각 부처가 생색나는 일은 경쟁적으로,부담되는 일은 가급적 회피하는 식으로 대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래서야 국정운영이 잘 될리 없다.
지금 국정의 어느 분야든 바쁘고 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모조리 막대한 돈과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우선수위와 완급을 가리기도 쉽지 않은 일들이다.
우리는 이 중대한 시기에 이 총리가 불굴의 신념과 투철한 봉공정신으로 난국을 풀어나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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