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감자.무.호박.마늘 농산물 편법수입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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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쌀등 15개 기초농산물 시장개방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제수,건강식품에 이르기까지 이미 수입농산물이 국내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직 수입이 완전개방되지 않고 있는 기초농산물의 경우 수입업자들은 극히 간단한 가공을 거쳐 들여오는 편법으로 수입제한규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극장.호프집등에서 즐겨먹는 팝콘은 대부분 미국산 튀김옥수수로만든 것.강원도에서 주로 생산되는 국내산 옥수수는 ㎏당 1천원에 수매되나 미국산은 절반도 안되는 4백29원(지난해 말 기준)밖에 안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실정.
낟알 옥수수는 수입제한 품목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은 수입물량의 3분2이상을 설탕등 첨가물을 넣어 포장한 조제 옥수수의 형태로 수입하고 있다.
감자의 경우도 제과업체들은 포테이토칩등 스낵과자의 원료로 공급량이 불안정한 국내산보다 중국산 건조감자를 선호하고 있다.
감자는 수입제한 품목이지만 건조감자는 자유화 품목으로 돼있어지난해에는 1백65t을 수입했으나 올해에는 9월말 현재 3백90t이나 돼 작년의 2배가 넘고 있다.
최근 캔.비닐팩등 용기에 담아 상품화되고 있는 호박죽도 일부업체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호박꼬지(늙은 호박을 말려 얇게 썬것)를 원료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단무지용 절인 무,절인 마늘등과 무말랭이등 건조채소류는 아무런 제한없이 수입되고 있다.
추수를 끝낸 농촌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볏짚.수숫짚등도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료.퇴비용이나 빗자루를 만드는데 쓰이는 볏짚은 ㎏당 3백원의 가격에 9월말까지 3천3백여t이 수입됐다.
우리농촌에서는 볏짚을 수거,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묶는 손작업을 감당할 일손이 없어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최근 칡뿌리.도토리.더덕.표고버섯등과 제사상에 오르는 고사리.취나물등도 중국으로부터 대량수입돼 일부는 국내산 으로 둔갑해팔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마구잡이로 밀려드는 수입농산물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UR협상이 타결돼 시장이 완전개방되면 사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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