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쌀대책 왜 안다루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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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식으로 말한다면 국회는 요즘 몹시 바빠야 하고 그중에서도 농림수산위는 한창 열띤 토론을 벌여야 마땅한데 웬일인지 한가하기만 한 것 같다. 정기국회 회기도 이제 1주일 남짓 남았을 뿐이고 할 일은 태산처럼 쌓여있다. 더욱이 쌀문제로 여론이 물끓듯 하고 온 국민의 관심이 쌀에 집중되고 있는 터에 국회가 이 문제를 논의조차 않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제네바로 날아가고 시위하고 삭발하는 것도 우리 협상을 측면지원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일은 그 일이고 국회로선 당연히 농림수산위를 열어 쌀개방과 관련된 여러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설치키로 한 이상 우루과이라운드(UR) 특위도 빨리 구성해 가동시켜야 한다. 정부의 막바지 협상 자세를 점검하고 개방에 따른 농업보호정책·구조조정문제 등 심각하게 논의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쌀문제는 이제 개방저지가 초점이 아니다. 대통령이 사과담화까지 냈는데 아직도 개방저지만 외치고 개방후의 대책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현실을 외면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국회는 개방을 못막은 정부의 책임은 책임대로 따지되 이제는 사후대책에 논의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사수」를 당론으로 정하고 저지투쟁을 해온 야당으로서는 개방을 전제로 한 사후대책 논의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책임있는 공당인 이상 실제 농민을 어떻게 보호하고,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의 현실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정부자세를 보면 개방에 다른 여론압력에 허둥대는 인상이 역연하고,사후대책도 미리 준비한게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사후대책마저 이것저것 즉흥적으로,여론무마용으로 나온다면 그야말로 큰 일이다. 여당 할 것 없이 국회에서 최선의 사후대책을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농림수산위에는 농업기계화 촉진법·농어촌정비법·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법 등 UR 타결에 대처하는 중요한 법안들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쌀을 비롯한 각종 농산물의 개방이라는,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서 UR 대처입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미리미리 연구·검토·논의해야 한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여야는 정기국회에 이어 곧 임시국회를 연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UR에 대비하는 작업에 너무나 많은 세월을 허송했다. 국회부터 긴장감을 갖고 문제에 정면으로 대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증유의 새 상황을 맞아 국민이 쳐다보고 방향감각을 갖도록 해줘야 할 것이고,최선의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공론의 장을 빨리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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