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쓰는가정이야기>강준혁 공연기획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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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축제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모든 사람들의 축제가 되었다.어린시절을 회상해보면 12월이 되고,날이 추워지고,또 캐럴이 들려오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야 한다는 것과 선물받을 날이 가까워옴 을 의미하는것이었다.
우리 6남매는 어디선가 소나무나 전나무를 구해왔고 밤늦도록 모두 둘러앉아 은박지.금박지.색종이를 오리고 접고해서 종이사슬도 만들고 금등과 은등을 만들어 나무를 장식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색종이란 종이의 질이나 색깔이 조잡하기 짝이 없었을 것임에도 불구,우리들이 만든 장식들이 그렇게도찬란하게 기억되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5~6년 전이었을까.크리스마스 무렵 나도 아이들을 위해퇴근길에 꽃집에서 전나무 화분을 하나 사가지고 들어왔다.그리고함께 사온 여러가지 장식들과 꼬마전구를 이용해 솜으로 눈도 뿌리면서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 다.『이제는 아무도 색종이 사슬이나 등을 만들어 붙이지는 않을거야』 하는 마음의 변명과 함께.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그 전나무는 밖에서 말라죽었다.1년뒤 우리는 그 말라죽은 나무위에 장식을 다시 하기로 했다.또 1년뒤전나무라 부르기에는 너무 먼 모습이되었다.고심끝에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얘들아,올해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 등걸이를 이용해 만드는거야….』 아이들은 의외로 신나했고 굵은 철사로 아랫동아리를 장식하고 흰 비닐우산살이 붙여진 등걸이는 훌륭한 트리가 되었다.아이들의 상상력은 전나무를 꼭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넘어 그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얼마전 나는 말했다.
『올해는 무엇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까?』『아빠,이번에는세우지말고 매달면 어떨까요?』국민학교 4학년짜리 둘째아이의 제안이다.언제나 아이들의 상상력은 당할 재간이 없다.
꽉 막힌 어른의 머리로서는 난감하기만 할 뿐이다.그 매다는 방법 역시 아이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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