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융협상 어떻게 돼가나/UR 반영폭 놓고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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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양허안 국제적 약속은 어렵다/한/개방계획 전부를 연계시켜라/미
쌀에 이어 금융쪽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임창렬 재무부 2차관보는 제프리 세이퍼 미 재무부 차관보와 스위스 제네바에서 7일 오전(한국시간 7일 오후) UR 금융부문 타결을 위한 한미 금융정책협의회(FPT)를 갖는다.
애초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했던 양국이 이처럼 장소를 제3국으로 옮겨서까지 협상에 나선 것은 UR 타결시한이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불구,양국간 이견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UR에서 금융부문의 초점은 우리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했던 개방계획(블루 프린트)을 UR에 어디까지 반영하느냐 여부.
블루 프린트를 그냥 내놓는 것과,똑같은 내용이라도 이를 UR에 반영하는 것과는 후자가 「확실한 구속력」을 갖는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지난 2일 쌀 개방문제를 협상하러 떠난 우리 대표단이 『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금융개방 협상에서 추가 양보를 할 수 있다』고 한 것도 바로 이같은 UR 반영의 정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91년 첫 UR 금융부문 양허안(국제적인 개방약속)을 제출한 이후 올 10월의 3차 수정안까지 모두 네차례의 양허안을 제출했다. 우리는 이들 양허안에 지금까지 이미 개방한 내용만을 담고 그같은 개방의 정도를 다시 후퇴시키지 않겠다(Stand Still)는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미국측은 지난 6월의 블루 프린트(93∼97년중 3단계로 나눠 실시할 개방·자율화계획) 모두를 UR 금융부문의 양허계획서에도 그대로 연계시킬 것을 요구하다가 최근에는 블루 프린트중 「시장접근」 「내외국인 차별개선」 조항만이라도 반영하라며 다소 후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국내 정책사항인 블루 프린트를 UR와 같은 국제협상에 반영하라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맞서왔다.
다만 UR에서 적극 협력한다는 취지에서 블루 프린트중 일부만 UR에 반영하기로 하고 지난달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확대 등 6개항을 담은 UR 금융부문 4차 수정안을 작성했으나 아직 정식으로 제출하지는 않은 상태다.
물론 블루 프린트는 어차피 우리 정부가 실시하려고 세운 계획이어서 이를 UR에 반영한다고 해서 계획에도 없던 새로운 사항을 개방하거나 개방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블루 프린트 자체는 우리의 「임의 추진사항」으로서 앞으로 만일 문제가 생기면 계획을 연기 또는 취소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으나 이를 UR 양허안에 담으면 「국제적인 약속」이 돼 반드시 지켜야 하므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UR에 소극적인 나라들을 골라 최혜국대우에서 제외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미국이 차별대우를 할 경우에는 블루 프린트중 일부라도 UR에 반영하기로 한 4차 수정안 자체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쌀문제에서의 마지막 협상이 코앞에 있어 금융쪽에서의 운신폭이 얼마나 좁아질지가 협상의 관건이 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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