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설 개미 번역자 이세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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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인의「빨리 빨리病」「대충 대충病」은 번역분야에서도 예외가아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되면 1주일안에 번역본이 책방에 깔리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개미』(베르나르 베르베르 원작)는 작품의 재미와 무게도대단하거니와 특히 번역이 깔끔해 화제를 모았다.순 우리말을 되도록 살리려고 애쓴 점도 돋보였다.
이 소설을 우리 말로 옮긴 李世旭씨(32)는『아직 풋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자신에게 쏠리는 독서계의 시선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6월 발간된『개미』(열린 책들)는 그동안 25만부가 팔렸다.풍부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개미의 행태를 그린 이 소설은세계각국에서 선풍을 일으킨 바 있다.
李씨가 원작을 처음 대한 것은 지난해 11월.
李씨는 번역에 앞서 곤충학개론,텔리비전의 곤충관련 프로그램 녹화테이프 등을 통해 개미와 곤충의 세계부터 공부했다.
일본의 곤충비디오도 구해 보았다.올 1월에는 원작자와 주인공(프랑스産 불개미)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에 가 미진한 부분을 취재했다.작가 베르베르씨는 李씨에게『내 소설이 12개국에서 출판되었지만 작가를 만나러 온 번역가는 당신이 처음 』이라며 반겼다고 李씨는 전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출판사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데 비해 번역자는 번역문의 완성도를 더 중요시하는데서 오는 입장차이입니다.「개미」도 아주 흡족한 번역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李씨가 전문번역가로 나서게 된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역대정권의 공이 크다.그는 대학(서울대 불어교육과)시절이던 83년학내시위로 구속돼 1년6월을 선고받고 10개월가량 복역했다.84년 사면돼 복교.졸업했으나 재학당시 시위경력에 대해 반성문을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사발령을 받지 못했다.
실업자 시절「민주화에 이바지하면서 생계문제도 해결할 요량으로」번역에 손대기 시작했다.
87년 6.29이후 가까스로 고교(신림고)불어교사가 되었지만2년후인 89년9월 全敎組사태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
李씨는 원고지 1장분 번역료(프랑스어)가 2천~3천원에 불과한 우리 풍토에 대해 할 말이 많다.그의 바람은 우리 문학을 프랑스어로 소개하는 일에 기여하는 것.내년에 파리 번역전문대학원에 유학가려고 준비중이다.
61년 충북 음성産.부인과 남매를 두고 있다.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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