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대만과의 관계개선 의지 있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駐臺灣 한국대표부(대표 韓哲洙)가 25일 양국간 외교관계 단절이후 15개월만에 개설됨에 따라 韓國과 臺灣의 관계는 새로운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따라서 이날 타이베이(臺北)에서 거행된 현판식은 양국간 비정상적인 관계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관계수립의 장으로 나아가는 뜻있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행사를 지켜본 현지의 교민을 비롯한 한국기업체지사직원들의 감회는 복잡하기만 했다.
이날의 행사가 교민 25명을 포함해 모두 50여명의 한국인들만 모인「초미니 행사」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다른 외국의 민간대표부가 개설되는 경우에서와 같이 그럴듯한 의식이 모두 생략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만의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의 인사들도 한국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지못해 전혀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한국대표부가 의도한 이날 행사에 대한「축소」의지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났다.
일체의 화환을 사양한다는 뜻을 사전에 한국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통보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업체들의 대표부개설경축 광고마저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국대표부는 원래 이날의 행사를 좀 더 성대하게 치름으로써 대만국민들에 양국간 새로운 관계의 출범을 크게 알리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지 공관의 의견은 한국 외무부본부의「축소」지시에 의해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본부측이 金泳三대통령의「호화행사 지양」방침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이날 행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는지,아니면 또 다른피하지못할 사정이 있어 그렇게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말 우려되는 점은 외무부 본부측이 앞으로 현지공관을 포함해한국교민과 지사들의 생각을 무시한채 대만에 관한 정책을 모두「축소지향」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단교의 후유증으로 대만측으로부터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지 韓人들의입장과 우리의 흑자대상국중 다섯번째에 해당하는 대만의 위치를 감안한다면 이날의 행사는 마땅히 성대하게 거행함으로써 일종의 화해분위기를 창출했어야 했다.
오죽하면『장사하는 우리들보고 외무부측이「절간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내모는 것 같다』는 지사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지 외무부 당국자는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