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텔리마키팅-고객에 친절한 전화서비스로 판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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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얼마전 어느 대기업이 서울 강남의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안내전화를 과거처럼 교환양을 이용하는 대신 컴퓨터 자동응답시스팀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새로 설치한 응답시스팀이 전화를 걸면 총무부는 몇번,인사부는 몇번이라는 식으로 부서단위의 전화안내만 잔뜩 늘어놓고는 그냥 끊기도록 돼 있었다.『원하는 부서를 찾지 못하시면 0번을 눌러 교환에 문의하십시오』라는 장치마저도 없 어 제품문의나 소비자상담은 커녕 원하는 사람조차 바로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답답한 방식이었다.얼핏『직통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명함없이는쓸데 없는 전화로 귀찮게 하지말라』는 식과 다름 없었다.아마 새로운 기분을 낸다고 안내전화를 좀 세련돼 보이게 바꿔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이같이 했을 성싶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전화를 통한 고객서비스나 판촉활동등을「텔리마키팅」이라고까지 불러가며 소비자와의 전화접촉을 중요시하고 있는 추세와 비교하면 이 기업은 사소한 실수하나로 자신의 회사에 먹칠을 하고 눈에 안보이는 엄청난 피 해를 자초한셈이다.美國系 은행인 시티은행의 경우 30~40대의 잘 훈련된기혼여성 25명으로 상담원을 배치한 고객안내전화를 운용하고 있는데 친절하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안내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다.실제로 이 은행은 걸려오는 전화의 20%를 여수신계약에연결시키고 있고 이 은행 전체 여수신액의 30%가 고객안내전화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텔리마키팅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성의류업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원의 성공비결중 하나도전화회원제라는 것인데,소비자가 전화를 걸어 회원카드번호를 일러주면 즉시 컴퓨터를 앞에둔 상담원은『아 ○○○씨군요,지난달 산스커트가 맘에 드세요』의 말을 걸며 밀착된 서 비스를 할 수 있을 정도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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