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맹파는 반민족, 자주파는 애국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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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 파문이 결국 윤영관 외교부 장관 사퇴로 이어졌다. 尹장관의 경질은 두 측면이 있다. 청와대의 말대로 '외교노선을 둘러싼 혼선과 지휘감독 소홀'이라는 측면과 외교부 쪽에서 나오는 말처럼 '한.미동맹파'와 '민족자주파'와의 싸움의 결과라는 측면이다. 먼저 외교부 직원들이 공사석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공직자로서 문제가 있는 처신이다. 그렇다면 이는 외교부 차원에서 시정할 일이다. 그것으로 장관을 경질할 사안은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외교부와 청와대 간의 외교노선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교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한 '자주적 외교정책'의 정신과 방향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청와대 인사수석의 발언은 무엇인가. 尹장관도 퇴임사에서 "분단국가인 한국엔 남북 평화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한.미동맹은 중요하다"고 굳이 강조한 것을 보아도 경질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정부 내에서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는 것으로 갈등을 빚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본다. 세계 어느 나라가 자주외교를 추구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동맹외교도 결국은 자주외교, 즉 우리 국가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이지 나라 팔아먹자고 동맹외교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정부가 왜 외교에서도 이런 식의 이념적 대결구도로 몰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외교는 어느 부문보다 냉철한 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교조적으로 양분해 동맹외교는 반민족적이고 자주외교는 애국적인 것인양 몰고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런 문제로 장관까지 경질했으니 이제는 자주외교를 실천할 사람을 내세우겠다는 말인가. 상대국은 이런 싸움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이것이 국익을 위한 것인가. 참으로 한국 외교의 장래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