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등록금 올리기만 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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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도 대학등록금 최고액이 4백만원선을 넘으리라 한다. 입학금을 포함한 액수이고 치의학계여서 그렇다고 하지만 사립대 평균 등록금이 3백50만원이 넘는다면 보통 가계로는 감당키 쉽지 않은 고액이다. 여기에 책값과 교통비를 합하고,게다가 하숙이라도 해야할 지방 학생이라면 학비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물론 학비와 관계없이 대학에 가려는 지망생이 아직도 수없이 많고,미국의 학비와 비교하면 그래도 싸다는 태평스런 소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없이 학부형의 주머니돈에만 의존하는 대학 재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 더구나 사립대측에서 보면 이렇게 올려봤자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이지 교육시설 투자나 연구비 개선과 같은 일에는 전혀 손이 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등록금을 올렸으면 올린 만큼 대학의 연구나 교육환경이 개선되고 발전하는게 있어야 할터인데도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으니 등록금을 내는 입장에선 불평이 나오게 마련이다.
대학측에선 올릴 수 밖에 없는 사정이고,수요자측에선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등록금 인상을 보면서 우리는 대학 재정의 근본적 개선책을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사립대학 재정의 실질적 책임자는 재단이다. 그러나 재단의 재정기여도가 10%선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무턱대고 재단 전입금만 올리라는 소리는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아무런 자구노력 없이 기여입학제의 도입만을 내세우는 대학쪽의 주장 또한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
재단의 자구노력을 유도하고,정부와 기업이 유기적 노력으로 대학재정을 도울 길을 모색한다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수조원에 이르는 사학재단 부동산을 매각해 대학의 수익사업 재정으로 전입토록 하고 세제상 혜택을 주거나,산학협동을 정부가 제도적 장치로 강하게 추진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 말로만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을 올린다고 할게 아니라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고 추진돼야 할 때다. 아무런 대안없이 등록금만 올려가며 대학재정을 꾸려간다면 우리의 대학교육,우리의 기술인력이 향상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허황된 꿈일 수 밖에 없다.
새정부는 출범전부터 교육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왔고,이미 시대는 바뀌어 대학교육의 연구결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국가차원에서 다뤄야할 급선무가 되어버렸다. 단지 수혜자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형의 주머니에만 의존할게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 대책을 내고,사학재단을 부추기고,기업의 협동을 유도하면서 대학에 대한 투자를 높여야 할 화급한 시점에 이르렀다.
오르기만 하는 사립대 등록금을 남의 집 불구경처럼 보고 있을게 아니라 뭔가 대책을 정부가 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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