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內 테러 배후엔 크렘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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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연방보안국(FSB) 등이 정권 장악과 유지를 위해 러시아 내 대형 테러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테러 음모설'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유력 야당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계 여성 정치인 이리나 하카마다(48)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 음모설을 대선 이슈로 공식 제기했다.

하카마다는 이날 발표한 '국가 테러주의에 희생된 러시아 국민에게'라는 공개 서한에서 "푸틴 대통령이1999년 아파트 폭파 테러 사건, 2002년 노르드-오스트 극장 인질극의 진실을 숨기고 있다"면서 "나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출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10월 23일 극장에서 본인이 직접 테러범들과 벌인 협상과 그 이후의 사태에 근거해 테러범들은 극장을 폭파할 계획이 없었던 반면, 크렘린은 인질들을 구출하는 데 관심도 없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테러가 체첸에 대한 반전 여론을 잠재우고 전쟁을 계속하게 만들어 푸틴의 인기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며 극장 인질극의 사전 기획 가능성을 주장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는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테러 음모설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지난해 연말에는 전 FSB 요원과 한 역사학자가 'FSB가 99년 아파트 폭파사건을 기획했다'는 내용으로 라트비아에서 출간된 책 4천여권을 러시아로 들여오려다 국경에서 압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리스 옐친 시절의 대표적 재벌 정치인으로 푸틴 정권을 피해 영국에 망명 중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도 "푸틴과 FSB가 러시아의 대형 테러 사건들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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