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제재 위기탈출 “자구책”/북,핵문제 일괄타결 주장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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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화의지 여전” 보여 국면전환 시간벌기/한미서 반대해온 「북­미 수교 연계」가 쟁점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이 11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담화를 내고 일괄 타결을 주장한 것은 이 안의 공론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미­북한간 막후접촉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상사찰 수용과 미­북한 수교,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등 일괄타결을 주장해왔으나 공개적으로 이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강 부부장이 담화로 이를 밝힌 것은 이 해결방안이 국제적으로 거론되어 논의되기를 북한이 바라고 있음을 말해준다. 비공개 회담에서만 논의되었으나 결실을 얻지 못한 것을 드러내 국제여론의 심판을 받자는 것이다.
이는 또 9일 허종 유엔주재 부대사의 요청에 따라 뉴욕에서 미국과 막후 실무접촉을 가진 것과 함께 북한이 대화의지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두 의제로 자신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 않음을 알릴 수 있다.
이 제의들은 국제사회에서 북한핵 해결책으로 제재가 선택되는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강 부부장의 담화는 국제사회의 가파른 제재 공감대를 깨면서 국면전환을 해보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지난 3일 김광진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담화이후 연일 「전쟁 맞대응」을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강 부부장의 담화는 대화제스처를 통해 내부입장 정리의 시간을 갖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수 있다.
이와함께 그의 담화는 그동안 한미 양국은 물론 IAEA가 『이제 북한이 대답할 차례』라고 주장해온데 대한 맞불작전의 일면도 있다.
아무튼 북한의 일괄타결 공론화로 앞으로의 북한 핵협상은 일괄타결을 핵심고리로 전개돼 나갈 조짐이다.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한승주 외무장관 등 우리측 당국자도 10월의 미­북한 막후협상과 관련,일괄타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미 밝혔었다.
다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일괄타결에 대한 세부입장은 북한과 한미 양국간에 큰 차이가 있는게 사실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북한 수교를 전제로 경수로 지원·팀스피트리훈련 중지·주한미군 철수 등과 북한 핵 투명성을 맞바꾸자는 입장을 한미 양국에 전달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한미 양국은 북한 핵투명성과 미­북한 수교문제 등 정치적 문제는 연계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양측의 일괄타결에 대한 이같은 입장차이는 앞으로의 협상이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됐던 만큼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한미 양국이 그동안 그려왔던 순차적인 구도와는 다른 차원에서 보다 큰폭의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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